내 인생의 운동

살도 안 빠지는데 뭐 하러 해? - 수영2

by 딜레탕트 줌마

내 몸은 전혀 수영을 기억하지 못했다!!


물에 뜨는 것부터가 도전인 초초기초반에서 난 뭐가 다르다고 좀 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난 그냥 뜨는 거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킥판 잡고 발차기는 두세 번만 가면 일어서야 했고, 팔 돌리기는 호흡이 안 돼

숨을 참고 하다 허우적대고 일어서며 물먹기 일쑤였다.


‘아.. 수영도 내 갈 길은 아니었던 건가..?’

일주일에 3번 월수금 강습. 딱 그 세 번 만에 슬슬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때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 생겼다.



같은 반 회원 중 한명이 다가와 단체 카톡방을 만들게 전화번호를 달라는 거였다.


‘왜 필요하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데 알려줘야 하나...? ’


망설임은 잠시


‘그래 뭐 여기도 뭔가 공지사항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난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바로 그날 그 단체방의 쓰임새를 알게 됐다.

내게 전화번호를 물었던 회원이 0월 0일 강습 끝나고 밥을 사겠다며

참석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인지 물어왔던 거다.


‘ 뭐지? 이게 말로만 듣던 선거운동인가? ’


당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었기에 의심할 만 하긴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평소의 나로선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할 일이었다.

그래서 별일도 다 있다며 지나가는 말로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 한번 나가보지 그래? 대학동창 몇 명, 일하면서 사귄 동료 몇 명 말구,

전혀 다른 인간관계를 맺어 볼 때도 되지 않았어? ”


그랬다. 난 집에서 독립한 이후 옆집 사람이 아는 척 하면 이사 갈 때가 됐구나 생각할

정도로 극소심에 어디서나 ‘아싸’를 자처하는 성격이었고,

결국 인간관계는 얄팍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물론 오랜 시간 사귄 친구들은 용건 없인 절대로 안부 전화한번 하지 않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엔 참 허들이 높은

성향임을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내가 나이 때도 제각각에 이름도 성격도 모르는 생판 처음 보는 이들과 친목도모를

한다니... 과연 가능할까?

게다가 내가 수영을 시작했다고 했을 때 들려온 얘기들은 이런 모임을 색안경쓰고

보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텃세가 심하다, 왕따 당해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때마다 강사들에게 돈을 걷어 선물을 한다 더라 등 등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몇날 며칠의 고민 끝에 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수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우는데 이런 친목 모임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만나면 안부를 묻고, 수영하다 부딪힐 때 웃으면서 사과하고, 남들 다 잘하는데,

나만 뒤쳐져 좌절할 때 같이 못해서 서로 위로가 돼주는 사람이 있다면...

수영, 이거 중도에 때려치우지 않고, 좀 더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생전 처음

동호회 같은 친목 모임에 첫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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