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운동

살도 안 빠지는데 뭐 하러 해? - 수영3

by 딜레탕트 줌마

수영, 이거 중도에 때려치우지 않고, 좀 더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목적을 가지고

생전 처음 동호회 같은 친목 모임에 첫발을 내딛었다.


모임은 생각보다 많이 괜찮았다.

나보다 열 몇 살은 어린 친구부터 열 몇 살은 많은 언니까지

다양한 나이에 전업주부도 있었고, 직장인도 있었고, 알바생도 있었다.

지나치게 사적인 대화보다는 수영과 운동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고,

각자 1/N 로 부담 없이 계산하고, 한 달에 한번 날을 정해 수영이 끝난 후

주변의 맛 집을 찾아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난 모임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이러쿵저러쿵 조잘조잘 모임에 대해

수다를 떨었고 남편은 생각보다 괜찮았나 보다며 꾸준히 만나보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3개월 정도는 무난히 흘러갔다.

수업시작 시간보다 1,20분 먼저 만나서 인사도 하고,

수영 강습 중에도 잠깐씩 쉬는 시간마다 실없는 수다도 떨고

수영도 아주 조금씩 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개인 간 수영 실력 차이가 뚜렸해졌고,

누군가는 중급반으로 올라가고, 누군가는 계속 초급반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강사선생은 계속 수영 실력에 따라 앞에서부터 줄을 세우곤 했는데,

난 늘 거의 맨 뒷 자리 쪽에 서서 남들한테 민폐만 끼치지 말자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다 같이 계속 갈 거란 생각은 어떻게? 왜? 하고 있었던 걸까?

난 이정도로 여전히 세상이치에 어두웠고, 아주 당여한 일조차 예측하지 못할 만큼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한마디로 나이를 헛먹었다 자조했다


난 당연히 초급반에 머무는 쪽에 해당됐다.

그래도 나와 같이 머무는 멤버들이 여러 명 있어 이때까진 큰 타격감이 없었다.

하지만 곧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새롭게 등록하고 들어온 초보자들과 강습을 받게 됐는데, 그래도 몇 달 먼저 시작했다고

처음엔 줄 앞에 서 있다가, 얼마 못가 또 뒤로 뒤로 점점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저질 체력과 운동능력에 좌절해야했다.


‘ 아무래도 수영에 소질이 없나봐. 살도 안 빠지고, 빠지긴 커녕 입맛만 좋아져서

살이 더 찌는 거 같아’


그만 포기할까 싶었던 그때 내 귀에 들려온 얘기들은 또다시 내 맘을 붙들었다


‘누구누구는 월수금 강습 외에 화목도 강습을 듣는데’

‘누구는 수영장 쉬는 날 다른 동네 수영장을 찾아가서 연습한데’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잘하는 거였다.

그러니 그들처럼 열심히 하지 않은 난 이정도면 된 거 아닐까?

마치 학창시절 붙박이처럼 앉아 공부하는 1등을 보며

놀 거 놀면서 10등 안에 드는 아이가 잘난 체 하는 꼴이었지만

은근슬쩍 내 맘이 나에게 타협을 해왔고, 난 수영을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났다.


근데 이상도하지.

기껏 취미 생활일 뿐인데..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굳이 남들과 비교해가며 잘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1도 없었는데...

난 왜 수영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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