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도 안 빠지는데 뭐 하려 해? - 수영 4
이상도 하지.
난 왜 수영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거지?
시간이 흐르면서 남들은 수영이 좋다 못해 수영에 미쳐 ‘수친자’로 거듭나곤 했지만
나에겐 여전히 정해진 월수금 그룹수영 말고는 더 이상은 무리였다.
그나마도 다양한 이유로 빠지고 나면 한 달 수업 시간 중 3분의 2 정도 출석이
최선이다. 물론 중요한 이유는 게으름과 체력이슈
그런 와중에도 어느덧 수영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같이 시작했던 이들은 상급반을 거쳐 고급반으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난 중급반에서 ‘고인 물’이 되었다.
물론 나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거나, 애초에 물 공포증 극복부터가 문제였던
이들이었다.
객관적으로도 난 수영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게 분명하다.
게다가
‘어느 유부남 강사가 미혼 회원과 바람나서 그만뒀다고 하더라’
‘어느 반은 강사 생일파티를 했다고 하더라’
등등..
오래 다니다 보니 알아서 기분 좋지 않고, 알 필요도 없는 얘기들까지
본의 아니게 알게 되곤 했다.
이것 역시 내가 별로 즐기지 않는 것이기에 내 의문에 힘을 더한다.
난 왜 수영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거지?
아니 내 생애 처음 이토록 꾸준히 하게 된 운동이 왜 수영인거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가 찾아낸 기억..
1년 반 전 수영장에 발을 들이고, 물속으로 잠겼을 때
그 순간의 느낌을 여전히 난 매번 수영장을 갈 때마다 느끼고 있었고,
아마도 그 느낌이 내 무거운 발을 수영장으로 이끄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살면서 그동안 해봤던 수많은 운동들은 머릿속을 비우고 나에게 집중하는데
이만한 운동이 없었던 것 같다. 러닝 머신 위를 걸을 때도 골프를 칠 때도
에어로빅이나 요가를 하면서도 늘 머릿속엔 복잡한 계산이 있었고,
남들의 시선까지 의식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수영은 달랐다.
머리까지 물속에 잠겼을 때, 그 느낌은,... 그 건
완벽한 고요.
완벽한 단절.
내 호흡에만 집중하고, 내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아주 짧은 순간이
가져다주는 쾌감이었다.
그러니까 난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머릿속을 떠도는 많은 생각들과
날 지치게 하는 온갖 감정들에서 벗어나는 시간
아주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 순간이 가져다주는 평화로운 느낌을 놓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수영은 나에게 어쩌면 도피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아무도 모르는 아주 솔직한 ‘나’와 만나는 대면이고
나만의 명상이었나 보다.
그래서 난 평생의 숙원사업인 다이어트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내 부족한 노력과 재능 탓이지만)
수영을 사랑하게 됐고,
수영은 날 덜 불행하게 만들어주는
내 인생의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