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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Nov 12. 2020

'엄마의 기쁨'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엄마는 사랑으로 음식을 빚으신다.


지난해 가을쯤이다. 엄마가 사시는 시골집에 보름 남짓 머무른 적이 있다. 평생 무릎(관절)이 안 좋으신 엄마는 자식에게 그저 따순밥 한 끼라도 더 먹이기 위해 매일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셨다.


아침에 방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엄마의 음식 냄새에 잠에서 깬 적이 몇 번이던가? 한쪽 팔꿈치를 싱크대(주방 廚房)에 의존하시면서 매일같이 사랑의 밥상을 차려 주시던 엄마의 그 모습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지나간다. 


사흘째 되던  날로 기억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두부 부침이 접시 가득 밥상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엄마가 방금 전에 부친 것이니 식기 전에 어서 먹어봐?”라고 하신다. 맛있게 먹으면서도 엄마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 엄마를 마주 할 수가 없었. 


5남매를 낳아 키우시느라 진액이 다 빠진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기억에 그 누구보다도 강인하셨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엄마의 밥상에는 슬픔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나이가 먹으니 수도꼭지(?)가 되었는지 그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따순밥에 구수한 된장이며 생선구이는 물론이고 매일 다양한 반찬으로 입맛을 돋워주시던 엄마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저며어는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는다. 엄마 얘기만 나오면 왜 그리 눈시울부터 뜨거워지는지 모르겠다. 이제야 철이 드는 걸까...?  



 

어느 날은 생선조림이 밥상에 올려졌는데, 엄마가 "이웃집에서 어제 바다낚시 갔다 잡은 것이라며, 펄떡거리는 생선을 가져왔길래 반나절을 손질해서 졸인 것이니 먹어보라"라고 하신다.


지금 생각하니 전날 저녁 귀가할 때 엄마의 두 눈이 움푹 파인 얼굴로 소파에 앉아계신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는데 아마도 생선 손질하느라 피곤에 지쳐 있으셨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생선조림? 맛있게 먹었어야 하는데...? 다른 반찬 먹느라 그냥 남겼다. 그날 ’ 엄마의 마음이 어떠하셨을까?’ 자식이 맛있게 먹을 거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손질해서 만드신 음식을 그냥 남긴 것이 지금도 후회스럽기만 하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당신 몸하나 가누기도 힘든 가냘픈 몸으로 차려주시던 엄마의 밥상은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르다. 아마도 사랑으로 빚은 최고의 밥상이기에 그럴 것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도 깊은 무한대의 사랑이라고 했던가? 어려움과 슬픔, 아픔까지도 그저 삼키시면서, 자식에게는 그저 무엇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에 주고 나서도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또 뭔가 줄 것 없나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시던 엄마!  


엄마는 다른 어른들에 비해 정말 똑똑(?) 하시다. 손 편지도 자주 쓰신다. 받침은 간혹 틀리지만 전(傳)하고자 하는 내용은 분명하시다. 스마트폰에 간직하고 있는 엄마의 손 편지를 다시 열어본다.


『큰 아들에게! 넉넉지 않은 환경이었기 자식들을 온정으로 보살피지도 못한 엄마인데 너의 들의 효심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내고 있다. 때로는 외로움도 있지만 더 이상 뭇은 염치로 행복을 바라겠니, 아무쪼록 형제간에 우애하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라.』한 없이 여리시기만 한 울 엄마는 정말 천사(天使) 시다. 자식에 대한 믿음과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엄마는 나에게 정신적인 지주(支柱)이시다. 엄마는 영원할 것이다.     




얼마 전에 찾아뵈었을 때는 몸이 많이 수척(瘦瘠)해 계셨다. 무릎과 허리 통증이 심해 병원을 같는데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으니 가급적 몸을 아끼시는 것 밖에는 없다'는 소견을 듣고 오셨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 몸도 늙고 아프게 마련이지만, 나름 건강하게 생활하셨는데 날이 갈수록 쇠약해 지시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내가 자라서 지금까지 이만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마법 같은 건강밥상 때문’이었는데 엄마가 불편하신 것이 모두가 나 때문인 것 같아 그저 죄스럽기만 하다.  


오늘은 왠지 『엄마의 』이 그립다. 온종일 생선을 다루고 조림을 하실 때 엄마의 마음은 분명 기쁨이셨을 것이다. 그때 그 생선조림이 몹시 생각난다. "눈치가 빠르면 절에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엄마의 기쁨이 무엇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반성한다. 앞으로 엄마가 만들어 주시 음식모두 먹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힘든 시간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에서, 이제는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시대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엄마의 건강과 가족 모두 행복 가득한 나날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엄~마 무조건 건강하셔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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