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첫 시작 그리고 혼란

by 슬그머니


[과거. 10년 전]


“20NN 년 우리는 모두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인구감축사업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제부터는 불필요한 인구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분류되고, 기준이하는 제거됩니다. ”


모든 사람들의 핸드폰과 티브이에서는 똑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이런 내용에 대한 반발과 찬성글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냐!’ ‘사람의 생명존중권을 위배한다!’ ‘인권유린이다!’ ‘정부가 자유를 막고 있다!’ 등의 반대의견이 강력하게 표출되었다.


하지만 그 의견들은 강력한 자연재앙과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전쟁과 식량문제에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결국 안정을 위해서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생명문제를 묵인했다. 그저 지금 이 세상은 자신과 가족의 생존만이 중요한 세상이었으니까. 살기 위해서라면 그 규칙에 합의하고 따르면 되는 거였으니까.


“합리적인 기준.”


그리고 생각보다 그것은 합리적인 기준이었다.


“첫 번째 인구감축사업의 대상자는 범죄를 저지를 교도소의 수용자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제거하겠습니다. 두 번째 고용불가능군과 장기수급자들 N만 명을 등급별로 구분하여 처리할 것입니다.”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었으니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괜찮은 조치라고 생각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정책의 변화는 공무원들에게는 엄청난 혼란이었다. 특히 윤지우와 같은 읍면동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지방직 사회복지직에게는 더더욱.


행정복지센터의 민원대에서 다들 동요가 일어났다.


“팀장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30대로 보이는 지우가 놀라서 팀장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다른 직원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수급자들을 관리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모든 복지들을 없애고, 그들을 선별해서 제거할 대상을 관리하라는 공문에 다들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공문에 쓰여있는 그대로야.”


팀장님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우리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서 수급자들을 관리하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사람들이 생산성이 있는 지등의 여부를 확인해서 제거 대상자로 파악한다.”


팀장님의 말에 다른 주사님들도 당황한 것처럼 공문 속 첨부 파일인 지침을 급하게 눈으로 훑었다.


“그럼. 저희가 제거 대상자를 확인하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지우의 말에 모두가 팀장님의 말을 기다렸다.


“구청에서 명단을 추려서 시청으로 보내면 시청에서 다시 한번 적합여부를 확인하고, 그 후에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그들을 제거할 거다.”


사무적이고 업무적인 톤이었다.


사실 지침에 업무 흐름표에도 그렇게 쓰여있었다. 구청에서는 수급자들의 재산과 정보들을 수집해서 정리하고, 읍면동에서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끝장나가서 확인하는 형태였다. 거기에 이제부터는 정부에서 모두의 소득을 확인하고, 정신병과 정보들을 확인해서 수급자들의 위험군으로 떨어지는지 여부도 확인하게 된다는 것도 의미했다.


“이게…. 맞는 거예요? 저희도 언젠간 불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다른 주사님의 말에 윤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 칼을 들고는 수급자 이병우 씨였다. 허름하고 볼품없이 비쩍 마른 이병우씨는 눈에 강하게 힘을 주고는 최선을 다해 소리쳤다.


“그래서 네놈들이 날 죽인다는 거잖아!”


잔뜩 화가 난 이병우는 칼을 들고는 괴성을 질렀다. 민원실 한쪽에 놓인 티브이를 가리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뭔데! 너희들이 뭔데 나를 평가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티브이에서는 계속해서 인구감축정책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었다.


“감히 뭔데!! 이럴 거면 다 같이 죽자! 다 같이 죽자고! 절대 혼자 안 죽어!”


순식간에 민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성을 잃은 이병우는 칼을 휘두르며 민원인들에게 달려들었다. 공무원들은 급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살기 힘들었는지 알아! 일 못할 수도 있지! 몸이 아픈데 어떻게 일하냐고! 어!”


“고작 그걸로 내가 죽어야 해? 어!”


손을 덜덜 떨며 그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칼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진정하세요. 선생님.”


팀장님이 거리를 두고 서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네가 내 맘을 아냐고! 어? 내가 이러니까 거지로 보이지? 나도 어! 내 삶이 있었다 이거야. 근데 왜 정부 따위가 나를 죽일라 해. 망할 놈의 정부! 개새끼들.”


“다 압니다. 선생님. 저희도 알아요.”


“뭘! 너네가 뭘 알아! 너네는 나처럼 안 죽잖아! 나는 곧 죽는단 말이야!”


이병우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칼을 흔들면서 설움을 쏟아내고 있었다.


“선별절차에서 탈수급하면 선생님 죽지 않아요. 살 수 있어요.”


팀장이 애써 괜찮은 척하고 있었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숨길수가 없었다.


“탈수급?”


탈수급이라는 단어에 이병우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수급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피하고 싶어 하는 단어였지만, 이상하게 이번에는 그 단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럼요. 정부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렇게 사람을 쉽게 제거하겠어요. 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팀장의 말에 조금씩 설득이 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


“칼 내려놓으시고,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항상 저희가 선생님 도와드렸잖아요.”


이병우는 고민하는 듯하더니 칼을 천천히 내려놓으려다가 갑자기 팀장에게 달려들었다. 칼을 차 내려던 팀장의 배에 정확히 칼이 꽂혔다.


“억”


“거짓말! 거짓말! 내 세금 받고 일하는 주제에! 감히 날 죽이려고 해!”


붉은 선혈이 바닥에 흥건히 퍼졌다.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이병우가 부들거리며 소리쳤다.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데!”


팀장이 힘겹게 끙끙댔지만, 이병우의 광기 어린 눈빛에 다들 어쩔 줄 몰라하며 가까이 가지 못했다.


“팀장님!”


윤지우가 팀장에게로 달려가려는 순간 이병우는 팀장에게 꽂혀 있는 칼을 뽑아서 윤지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그 칼이 지우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총성이 울렸다. 귀가 찢어질 정도로 강한 총성뒤로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지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떨었다.


“아…. 아.”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허름한 옷을 입은 이병우씨의 가슴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에는 총을 든 경찰이 서 있었다. 경찰의 총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


“시발.”


이병우는 피가 흘러내리는 자신의 가슴을 보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바닥에는 뜨겁고 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지우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모두가 다들 그대로 얼어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뉴스에서 한마디 말이 흘러나왔다.


“범죄자를 그 자리에서 처벌할 수 있는 즉결처벌권도 새로 포함되었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모두의 안전한 사회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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