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오물(Workslop)은 "리더십의 실패"

AI와 함께 "제대로" 일한다는 것: 워크슬롭을 넘어 인간다움으로

by HANA

우리는 앞선 글을 통해 개발 분야와 일반 사무직군에서 AI가 가져온 생산성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주니어 개발자의 40% 효율 향상이나 고객 지원 업무의 14% 처리량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AI를 활용한 생산성 증가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직면해야 할 위험한 현상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성 향상의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위험한 현상이 존재합니다. 겉은 예쁘지만 사실과 다른 보고서, 그럴듯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분석 자료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워크슬롭(Workslop)"이라고 부릅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AI 오물, "워크슬롭"의 습격

워크슬롭(Workslop)은 "겉은 세련됐지만 실속과 정확성이 없어, 검증과 수정 부담을 수신자에게 떠넘기는 AI 생성물"을 의미합니다. 2025년 HBR이 미국 직장인 1,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보여줍니다.

- 인지적 부하 전가: 워크슬롭의 무서운 점은 수신자가 수신자가 고스란히 검증과 재작업에 쏟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워크슬롭 한 건을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 데 평균 약 2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 신뢰의 붕괴: 응답자의 41%가 지난 한 달 간 자신의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워크슬롭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받은 문서 중 평균 15%가 워크슬롭이었다고 응답했습니다.

- AI 생산성의 역설: AI는 생산량을 늘렸지만, 검증·재작업에 드는 숨은 비용 때문에 조직의 실제 생산성과 구성원 간의 신뢰는 오히려 추락하고 있습니다.


워크슬롭은 게으름이 아닌 "리더십의 실패"

워크슬롭(Workslop) 문제를 개인의 무능함이나 게으름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HBR의 연구는 불편한 진실을 가리킵니다. 워크슬롭은 사실 조직이라는 압력솥 안에서 상하층부의 압박이 충돌하며 뿜어내는 증기와 같습니다.

워크슬롭은 사실 조직이라는 압력솥 안에서
상하층부의 압박이 충돌하며 뿜어내는 증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워크슬롭이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불분명한 AI 활용 압박업무 과부하의 결합의 결과물입니다.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AI를 사용하라는 모호하지만 강압적인 지시를 내리는 반면, 정작 많은 직원들은 업무에 치이고 심리적으로 고갈된 상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조직의 상층부와 하층부 모두가 느끼는 압박감을 이해해야 합니다.


워크슬롭 압력솥(The Workslop Pressure Cooker)


1) 경영진의 압박: 모호한 지시와 "양"의 숭배

리더들은 "어떻게 하면 AI 투자가 성과를 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AI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AI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이에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AI를 광범위하고 빠르게 사용하라는 "뭉툭한 전략(blunt strategy)"을 통해 지침을 내립니다.


경영진은 AI가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Do more with less)"를 내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비전 없이 "무조건 많이 써라"라는 모호한 지시는 직원들을 "보여주기식 AI 활용(Performative AI)"으로 내몹니다.

설문 응답자의 41% 경영자로부터 세부 지침이나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AI를 사용하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또한, 인터뷰에 참여한 부사장은 "품질이나 효과보다 'AI 사용량' 그 자체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환경에 환멸을 느낀다"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조직은 여전히 AI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품질과 효과보다 양과 'AI 사용' 자체에 더 높은 가치를 둡니다."

결국 "AI를 사용하라!"는 거대한 명령은 있지만, 업무의 특성에 맞는 양질의 AI 결과물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명세는 없는 상황입니다.


2) 실무자의 고충: 왜 워크슬롭을 만들게 되는가

- 실무자의 심리적 고갈: 예산 감축과 역할 통합으로 이미 과부하 상태인 직원들은 AI를 심도있게 검토할 여유가 없습니다. 결국 자신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넘기는 편을 택하게 됩니다.


미국 전 산업의 정규직 근로자 1,1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 워크슬롭 수신 경험: 응답자의 41%가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워크슬롭을 받았습니다.

- 워크슬롭 발신 경험: 절반 이상은 자신도 동료에게 워크슬롭을 보낸 적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 워크슬롭 낮은 품질: 응답자 10명 중 1명은 동료에게 보낸 AI 결과물 중 50% 이상이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성의가 없거나, 품질이 낮았다"라고 인정했습니다.


https://hbr.org/2026/01/why-people-create-ai-workslop-and-how-to-stop-it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업무 과부하: 예산 감축과 역할을 통합하며 공식적인 업무 재설계 없이 직원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과업을 떠맡고 있으며, 심리적으로 고갈된 상태입니다. 직장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2) 보여주기식 AI 활용(Performative AI): 교육이나 문화적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내려진 AI 사용 명령은 직원들이 'AI를 사용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AI를 쓰게 만듭니다.

3) 인지적 부하 전가: 이러한 성의 없는 AI 사용은 업무의 부담을 동료에게 고스란히 떠넘깁니다. 이것이 바로 '워크슬롭'의 본질입니다.


더 큰 위협: 성과와 신뢰의 하락

워크슬롭을 단순한 현상이 아닌 더 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 리더십 역량 하락: 베터업(BetterUp)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리더십과 성과의 기반이 되는 핵심 마음가짐(집중력, 민첩성, 전략적 기획 등)이 2~6% 하락했습니다.

- 신뢰의 위기: 2025년 에델만 신뢰 지표에 따르면,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가 전례 없이 하락했으며, 이는 협업에 필수적인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신뢰 같은 인지적·관계적 역량이 고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워크슬롭은 이러한 깊은 문제들의 "증상"인 동시에, 방치될 경우 팀워크를 해치고 신뢰를 갉아먹는 "촉진제"가 됩니다.

AI는 생산성을 높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체 연구와 학술 출판물, 산업 보고서 모두에서 이를 확인했습니다.

AI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조직이 이득을 얻을 수 없음을 워크슬롭의 만연함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압박의 해소: 워크슬롭을 줄이는 3가지 열쇠


비난은 쉽지만 해결은 시스템의 몫입니다.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고 각 조직에 맞춤화된 시스템적 대응에 투자해야 합니다.


1) AI 유능감과 통제력 강화: "AI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성"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AI 도구에 대해 유능감이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워크슬롭을 만들 확률이 절반이나 낮습니다.

- 설계와 검증 중심의 전환: 숙련된 개발자는 AI를 단순한 '코드 자동화 도구'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시스템 설계와 검증 능력 중심으로 자신의 역할을 전환해야 합니다.

- 실질적인 투자: 기업은 단순히 AI 툴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AI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에 AI 엔지니어를 배치하여 팀이 AI를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 AI 실무 공유: 직원들이 사용 중인 효과적인 AI 실무 사례를 수면 위로 올려 서로 벤치마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2) 신뢰의 문화 구축: "심리적 안전감이 품질을 만든다"

팀 내 신뢰는 워크슬롭을 막는 강력한 보호 요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팀에 대한 신뢰가 워크슬롭을 61%나 감소시켰습니다.

- AI 사용 사실을 인정
- AI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 제기
- 비난받을 두려움 없이 피드백 요청

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작업물을 생산합니다. "이 부분은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라고 당당히 밝힐 수 있고,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를 두려움 없이 제기할 수 있는 문화가 필수적입니다.


3) 워크슬롭의 재정의: "조직 설계의 균열을 알리는 신호"

워크슬롭의 발생은 조직이 긴장 상태에 있다는 신호입니다. 워크슬롭을 통해 조직 설계의 어느 부분에 균열이 생겼는지 파악하여, 변화하는 환경에서 조직을 재설계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intelligence)가 됩니다.


우리는 워크슬롭을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워크슬롭을 받았을 때 비난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쉬운 길이지만, 이는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의 전형적인 예시입니다. 환경의 영향은 무시한 채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함만을 탓하는 것입니다.


4) 비난 대신 "시스템"을 수정하라

진정한 해결은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닌, 시스템적 대응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세 가지 수준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 문화(Culture): 피드백 주고받기, 질문하기, 대화 공간 마련하기 등 일상적인 협업 관행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 실행(Practice): AI 사용 시기와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대치와 규범을 세우고, 인간의 판단력을 강화하는(떠넘기는 것이 아닌) 명시적인 검토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 책임(Accountability): 기술과 인간관계 모두에 능숙한 "현장 배치형 AI 협업 아키텍트(Forward Deployed AI Collaboration Architects)"라는 새로운 역할을 도입하여, 업무 마찰을 해결하고 AI 전략을 구체적인 성과와 연결해야 합니다.


"인간다워지는 법"에 더 능숙해져야
조직에서 AI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직장에서 AI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우리가 '인간다워지는 법'에 더 능숙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AI를 직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힘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인간다워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주체성을 가지고 서로를 신뢰하며, 시스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때 우리는 워크슬롭이라는 진흙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과부하가 걸린 팀에 무조건적인 AI 사용을 강요하기보다, 주체성과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적 변화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워크슬롭이라는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입니다.


AI를 활용한 "생산성 증가"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정말 우려해야 할 점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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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AI의 역설: 생각의 외주화 - ②



참고자료

1) https://hbr.org/2026/01/why-people-create-ai-workslop-and-how-to-stop-it

https://brunch.co.kr/@hana-demian/7

https://brunch.co.kr/@hana-demian/8

https://brunch.co.kr/@hana-demia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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