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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하며 성장했다

by 조하나





“나는 오늘 하루 몇 번의 ‘좋아요’를 눌렀나? 그리고 나는 정말 그게 좋아서 눌렀나?”


잠자리에 들기 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이 까맣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그 어떤 사진도, 영상도,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빠르게 스쳐 지나간 수많은 성공 신화와 그럴 듯 해 보이는 누군가의 일상, 번뜩이는 영감의 파편들은 나의 기억에 머물기보다 불안을 일으킬 기회만 엿보는 침전물처럼 내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침전물은 나에게 속삭인다.


“뭐 해. 얼른 뛰어. 너만 뒤처지고 있잖아.”


우리가 ‘자기 계발’이라는 독에 빠지는 이유다. 나 빼고 모두가 잘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스크롤을 내리면, 모두가 성공하고, 월 천만 원을 벌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외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맥락은 사라진 ‘쇼츠의 시대’다. 앞뒤 맥락 없이 밈처럼 편집된 단 1분의 성공 신화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겁에 질린다. ‘나만 뒤처지는 건가? 나만 이렇게 못 사는 건가? 내가 잘못된 건가?’

동시에 우리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점점 잊어 간다.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이 있다는 것을.


나는 오랫동안 그 속삭임의 충실한 신도였다.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의 신을 섬겼다. 새벽 5시의 기상, 냉수 샤워, 명상, 빼곡히 채워진 습관 기록 앱 등등. 나는 매일 과거의 나를 지워나가는 의식을 치렀다. 규율과 성장, 통달을 약속하는 경전들을 읽으며, 더 나은 버전의 나와 어울리지 않는 감정, 관계, 심지어 나약한 내면의 목소리까지 가차 없이 끊어냈다.


나는 나 자신을 ‘고치고 있다’고 믿었다. 성공의 청사진처럼 모든 것을 통제하는 차분하고 집중력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완벽한 가면 아래, 내면은 무엇인지도 모를 갈증으로 굶주려 갔다. 삶은 끔찍하지 않았지만, 살아있지도 않았다. 불꽃 없는 잿빛 나날들의 연속. 세상은 그런 나에게조차 똑같은 해결책을 외쳤다.


“지금은 아직 부족해. 넌 아직 미완성이야. 조금만 더 하면 돼. 너도 할 수 있어. 더 노력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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