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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비를 멈추고, 나만의 섬을 짓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충분히 소비했다. 이제는 창조할 시간이다.

by 조하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손에 쥐는 것은 스마트폰의 푸르고 차가운 불빛이다. 밤사이 세상에 쌓인 소음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우리는 세상에 나만 뒤처질세라 그 인공의 파도에 기꺼이 몸을 싣는다. 마치 세상이 나만 빼고 돌아가는 걸 가만 두고 보지 않겠다는 듯 결의와 의무감에 가득 차 있다.


하루 종일 스크롤하고 검색하며 신박한 아이디어를 즐겨찾기에 추가하지만 실제로 저장해 둔 콘텐츠를 다시 보는 일은 드물다. 특정 직업군이나 계층이 제한된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하며 ‘얼리 어댑터’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브랜드가 신제품을 발표하거나 아티스트가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시에 공개한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의 영화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설렘도 있었고, 동시에 국외에선 개봉했지만 국내엔 들어오지 않는 영화들이 있어 볼 멘 소리를 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 들어가 수천, 수만편의 영화와 시리즈들을 보며 나는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 많은 것들은 언제 다 보지. 차라리 제한되고 한정적이었던 시대가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우리는 참 모순적인 존재다.


사람들의 일상이 스크린에 전시되어 있다. 누군가는 학교에 가고, 누군가는 파티를 즐기며, 누군가는 아이를 키우고, 누군가는 개를 키우고, 누군가는 럭셔리한 해외여행을 즐기며, 또 누군가는 후원금을 받으며 라이브 방송을 한다. 보고 싶지 않았던 세상의 단면이 수천, 수만의 미세한 결로 갈라져 펼쳐진다. 어떤 것엔 ‘좋아요’를 누르고, 어떤 것엔 ‘싫어요’를 누르고, 또 어떤 것엔 부러움, 공감, 미움, 시기, 질투, 혐오감을 드러내는 댓글을 단다. 그러나 몇 번의 스크롤 이후 내 기억 속엔 그 모두가 사라진다.


책장이나 전자책 사이트 보관함엔 아직 채 펼치지 못한 책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쌓여간다. 브라우저의 북마크 바는 언젠가 읽어야 할 아티클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대부분은 하루의 시간을 ‘소비’하는 데 쓴다. 소비와 창작 사이의 불균형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자신감, 동기 부여, 자존감까지 저하시킨다.


이 많은 지식과 영감은 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저장하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언제부터 세상을 소비하는 데 모든 시간을 쓰고, 정작 나 자신을 창조하는 법은 잊어버리게 된 걸까?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고 갈망하면서도, 왜 우리의 손은 텅 비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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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창조하지 않는가


우리는 ‘생산성’에 대한 수많은 책을 읽고, 동기 부여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창의성에 대한 팟캐스트를 들으며 ‘무언가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뇌는 ‘진짜’ 성장과 ‘가짜’ 성장을 구분하지 못하고, ‘학습’이라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도파민을 분출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는 비어있다. 문득 그 모든 것이 현실의 짐으로 다가올 때 나는 스스로 게으르고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책임을 돌린다. 하지만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에 목마른 우리가 ‘소비의 함정’에 빠졌다는 증거다. 우리는 성장에 목말라 끊임없이 배우지만, 그 에너지가 창조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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