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모래로 지은 가족

by 조하나


클로드의 장례가 끝났다고 해서 다이빙 센터가 갑자기 멈춰 서거나,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극적인 파국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비극은 소란스럽게 오지 않는다. 그저, 천장에 매달린 낡은 선풍기의 회전 날개 위에 먼지가 조금 더 두껍게 내려앉고, 그 회전 속도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느려졌을 뿐이다. 찾아오는 손님은 원래 많지 않았고, 그나마 드문드문 기웃거리는 이들은 클로드의 부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어? 클로드 없나?” 하고 몇 번 두리번거리다 돌아설 뿐이었다. 센터는 마비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천천히, 습기 찬 벽지에 곰팡이가 피어오르듯 조용히 이끼가 끼어가고 있었다.


케빈은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나와 낡은 의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늘 그렇듯, 밍밍하고 미지근한 영국식 밀크티가 들려 있었다. 은퇴 연금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이 센터의 존폐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소일거리가 사라지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 그는 굳이 나서서 호객을 할 의지도, 무너져 가는 센터를 보수할 능력도 없었다. “하나, 왔니? 차 한잔할래?” 그 악의 없는 평온함, 세상 무너진 줄 모르고 건네는 그 나른한 인사가 오히려 그녀의 속을 긁어놓았다. 마치 장례식장에서 혼자 눈치 없이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보는 듯 거북했다.


하지만 하나는 그 불쾌함을 곱씹을 여유조차 없었다. 당장 살아야 했다. 그녀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손님들을, 마치 사금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놓치지 않고 바다로 데려갔다. 강의실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마커 펜을 쥐고 다이빙 이론 브리핑을 시작할 때 그녀는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시감을 느꼈다.


“여러분, 바다는 여러분의 자존심 따위엔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힘 빼고, 그냥 게으른 구경꾼이 되세요. 물고기를 쫓아가지 마세요. 가만히 있으면, 그들이 당신을 구경하러 올 겁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문장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클로드가 그녀에게 했던 말들이었다.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 칠판을 두드리는 박자, 무심한 듯 툭 던지며 눈썹을 꿈틀거리는 표정까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은 자의 화법을 완벽하게 복제하고 있었다. 마치 무당이 접신하듯 그녀의 몸을 빌려 클로드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류를 거슬러 헤엄치느라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교육생에게 다가가 그녀는 손바닥을 세워 단호하면서 부드럽게 ‘멈춤’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아주 천천히, 과장되게 심호흡하는 시범을 보였다. ‘진정해. 천천히. 하나, 둘, 셋.’ 그 손짓의 각도, 고개를 살짝 45도로 기울이며 교육생의 눈을 지그시 맞추는 타이밍. 그녀의 모든 수신호는 클로드의 거울이었다. 그녀가 교육생을 이끌고 산호초를 우회하는 경로는 클로드가 생전에 가장 아끼던 비밀 통로였고, 안전 정지를 하며 심심풀이로 허공에 도넛 모양의 공기 방울을 쏘아 올리는 장난조차 그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젠장, 클로드. 빌어먹을 나쁜 인간.’


상승하며 수면을 올려다볼 때마다 그녀는 울컥했다. 그녀의 다이빙은 온통 클로드였다. 그가 남긴 것은 한 줌의 황록색 재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근육, 그녀의 습관, 그녀가 물살을 가르는 방식 그 자체가 그의 유산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온몸으로 세포 하나하나로 그를 애도하고 있는데, 정작 ‘가족’이라던 다른 사람들은 다른 듯 보였다.


문제는 줄리앙이었다. 그는 클로드가 떠난 후,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굴었다. 밤이면 센터에 남아 혼자 술을 마셨고, 아침이면 숙취에 절어 썩은 과일 냄새를 풍기며 나타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펑크 난 스케줄을 메우는 건 클로드의 유산을 몸에 새긴 채 가장 성실하게, 그리고 미련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영문도 모르는 교육생들에게 연신 허리를 굽혀 사과했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급하게 장비를 챙겨 바다로 나갔다. 몸이 부서질 듯 고된 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억울함이라는 이름의 독버섯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느 날 오후, 그녀는 참다못해 테이블에 늘어져 있는 그들에게 말을 꺼냈다. “줄리앙. 우리, 일을 좀 나누면 어떨까? 케빈은 내일 경찰서에 가서 클로드 사망 신고 관련 서류 좀 받아다 줘. 안드레는 창고에 쌓인 장비들 좀 정리해 주고. 그리고 줄리앙, 너는 예약 메일 온 것들 답장 좀 보내줘. 환불 요청이 계속 들어오는데 내가 다 처리하기가 벅차서 그래.”


케빈은 “오, 그러지. 산책 삼아 다녀오지 뭐”라며 흔쾌히, 그러나 영혼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줄리앙은 맥주병을 입에 문 채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미안하지만 하나,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야.”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차분하고 건조하고 이성적으로 들려서 순간 그녀는 자신이 무리한 부탁을 한 건가 의심할 뻔했다. “나는 다이빙 강사로 일하는 거지, 행정 직원 같은 걸로 계약한 게 아니거든. 게다가 클로드가 없으니 당장 이번 달 월급을 누가 줄지도 불확실한데, 내가 왜 컴퓨터 앞에 앉아 무료 봉사를 해야 해?”


그의 말은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감정을 싹 도려낸, 지극히 합리적인 ‘프렌치’식 사고방식이었다. 하지만 상주로서 슬픔을 억누르며, 클로드의 말투와 몸짓까지 흉내 내며 이 낡은 공간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던 그녀에게, 그 말은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이기심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가족이라며? 그건 다 좋을 때, 술 마시고 웃고 떠들 때나 유효한 낭만이었어?’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설을 꿀꺽 삼켰다. 서울에서 그랬듯이, 그녀는 또다시, ‘싫다’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거절하면 나쁜 사람이 될까 봐,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워하는 그 지긋지긋한 ‘을’의 습성이 그녀의 입을 알아서 막았다. “그래… 알았어. 내가 할게.” 그녀는 결국 또 호구 노릇을 자처했다. 그의 유러피안식 합리성은 그녀의 성실함을 미련함으로 만들었고, 그녀의 책임감은 촌스러운 오지랖이 되었다.


밤늦게까지 혼자 사무실에 남아 메일을 보내고 장부를 정리하며, 그녀는 자신이 꼭 전래동화 속 ‘팥쥐’가 된 기분이었다. 콩쥐는 착하고 예뻐서 사랑받지만, 팥쥐는 욕심 많고 심술궂어 미움받는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아 하며 잔소리를 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소리치는 자신이 바로 그 미움받는 ‘팥쥐’ 같았다. 다들 쿨하고 멋지게 슬픔을 즐기거나 외면하는데, 혼자서만 구질구질하게 현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끙끙대는 꼴이라니. ‘항상 나만 나쁜 년이지, 나만.’


며칠 뒤, 기어이 사달이 났다. 그날 밤도 줄리앙은 취해 있었다. 그녀는 퇴근하려다 말고, 술병이 나뒹구는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줄리앙의 비위를 건드렸다.


“헤이, 하나. 좀 앉아서 쉬어. 넌 왜 그렇게 항상 뭔가를 해야 해서 안달이야? 보는 사람이 피곤하게. 어휴, 넌 너무 빡빡해.”


그의 빈정거림에 그녀의 인내심이 툭, 끊어졌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너희들이 아무것도 안 하니까 나라도 하는 거잖아! 클로드가 남긴 게 엉망진창이 될까 봐!”


그녀는 소리쳤다. 그러자 줄리앙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녀에게 삿대질을 했다. 역한 술 냄새가 확 끼쳐왔다.

“오, 제발. 그 ‘희생양’ 코스프레 좀 그만해. 누가 너더러 하라고 했어? 네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


줄리앙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풀려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일말의 존중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너 혼자 뭐 그리 아프다고 유난이야? 클로드가 죽은 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렇게 티를 내고 징징거려? 넌 여기 온 지 고작 몇 달밖에 안 됐잖아. 우리는 십 년을 넘게 알았어. 슬퍼도 너보다 우리가 더 슬프다고. 그런데 왜 너만 세상 짐 다 짊어진 척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구냐고. 재수 없게.”


그녀가 이 섬에서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 아팠다. 형식의 욕설보다, 세관 직원의 비웃음보다 더 깊고 뜨겁게 찔러왔다. 가족이라고 믿었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받은 조롱과 경멸. 그녀의 노력과 진심이 ‘징징거림’과 ‘재수 없음’으로 치부되는 순간.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입을 열면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그녀는 도망치듯 센터를 빠져나왔다.


다음 날 아침, 줄리앙은 쭈뼛거리는 얼굴로 나타났다. “미안해, 하나. 내가 어제 좀 과했지? 술이 떡이 돼서…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 아무튼 미안.” 그의 사과는 가벼웠다. 깃털처럼 가벼워서, 그녀의 마음에 낸 깊은 생채기를 덮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기억도 못 하는 말로 사람의 영혼을 난도질해 놓고, ‘미안’ 한마디로 퉁 치려는 그 무책임한 태도가 더 끔찍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혀버렸다. 이곳은 더 이상 네버랜드가 아니었다. 그저 몸만 자란 이기적인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며 모래성을 쌓고 있는 잔혹한 놀이터일 뿐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멍하니 앉아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벤이었다.


[하나! 잘 지내? 밥은 먹었어?]


평상시와 다름없는, 무구하고 다정한 안부 메시지. 그 짧은 문장을 보는 순간, 참고 참았던 눈물이 댐이 무너지듯 터져 나왔다. 그녀는 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하나?” 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녀는 끄억거리며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울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녀의 울음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서로의 파도 소리만이 수화기 너머로 간간이 들려왔다.


한참 뒤, 울음이 잦아들자 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나. 무슨 일 있구나.” “……” “나 있는 데로 올래?” 그의 제안은 뜬금없었지만, 동시에 운명처럼 들렸다. “지금 여기 만타 시즌이 막 시작됐어. 물이 정말 파랗고, 착해졌어. 여기 와서 쉬었다 가.”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너, 이제 좀 쉴 때 됐잖아.”


휴가. 그 단어가 그녀의 심장을 쳤다. 도망쳐 온 이곳에서조차 그녀는 단 하루도 온전히 쉬지 못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이제는 ‘책임져야 한다’는 부채감까지. 그녀는 지쳤다. 쿨한 척하는 이기심에도, 무능한 선량함에도, 그리고 무엇보다 호구처럼 굴면서 스스로 상처를 만들어 받는 자신에게도.


“응… 갈게.”


그녀는 전화를 끊고 혼자 중얼거렸다.


‘모래성은 파도 한 번이면 무너지는구나. 내가 쌓은 성은 단단한 돌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나도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었구나.’


클로드의 재가 뿌려진 이 슬픈 바다를 떠나, 만타가 춤추는 그곳으로. 심해의 고래는 살기 위해 또 다른 바다로 긴 숨을 쉬러 가야 한다.







00_메일주소태그.png





이전 27화57. 비겁한 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