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가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질 때, 우리에게 남는 것

by 조하나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아."


해외에서 생활하던 시절, 가깝게 지내던 북유럽 친구와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다 나도 모르게 툭 터져 나온 말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여성 대상 범죄,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미묘하지만 공고한 차별들.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느낀 해방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국에 두고 온 현실이 문득 무겁게 짓눌러서였을까.


나의 긴 하소연을 묵묵히 듣고 있던 친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뼈아프리만치 정확한 답을 건넸다.


"어떤 사회의 수준과 안전도를 가늠하는 척도는 단 두 가지야. 그 사회 구성원들이 '여성'과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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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고통의 원인이 개인의 예민함 탓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는 진단이었다. 사회가 병들고 내부의 에너지가 썩어 들어갈 때,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것은 언제나 가장 취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결국 공동체 전체를 물들인다. '여성'이 그 첫 번째 표적이 되고, 둑이 무너지듯 그다음은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그리고 가난한 자들에게로 혐오의 화살이 쏟아진다. 그리고 언제나 그 비극의 맨 끝에는, 스스로를 방어할 힘조차 없는 '아이들'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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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는 어디에 서 있는가. 그날 밤 친구가 말해준 '안전도 테스트'에 대입해 본다면, 우리는 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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