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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Sep 16. 2024

08. 귀환을 포기한 낙오된 우주인


 벤을 따라 다이빙 센터에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분주하게 하던 일을 멈추고 한 명씩 그녀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자기 이름을 말했다. 서너 명의 외국인들은 프랑스와 독일, 영국에서 온 다이버였고 그녀는 인사를 마친 동시에 그들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처음 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뚫어지게 마주치는 게 그녀는 아직 어색하기만 했고, 거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면 정작 이름을 제대로 듣고 기억하는 걸 포기해야 했다. “굿모닝, 반가워. 나는 하.나.초.야.” 그녀는 이 섬에 들어온 뒤로 늘 그랬듯 성과 이름의 순서를 뒤집고는 ‘조’를 ‘초’로 바꿔 최대한 또박또박 한 음절씩 나눠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들이 아는 발음의 범위 내에서 버거운 장애물을 치워주는 눈물 나는 배려다. 이렇게 말하니 태어나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온 제 이름이 남의 이름처럼 낯설어진다. 그러면 지금까지 알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생긴다. 모두 벤과는 이미 잘 아는 사이였다. 일본 이시가키섬에서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는 그가 여태껏 다이빙 강사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이었다. 그중 하나인 아노가 주인인 다이빙 센터였다. 그 역시 프랑스인이었지만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벤과 달리 암갈색 머리와 짙은 벽돌색 눈을 하고 있었다.      


 벤은 아노에게 그녀가 난생처음으로 다이빙하는 거라며 경건하고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아노는 그녀를 바라보며 “하나, 네가 정말 좋아하게 될 거야”라고 말했고, 이 모든 게 너무 거창한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민망해진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다가 벤의 안내에 따라 책임 면책동의서와 건강 상태진술서에 서명했다. ‘다이빙 중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내용을 읽으며 그녀는 다이빙도 인생과 다를 게 없구나, 생각했다. 영어로 쓰인 사고와 생명이 어쩌고 하는 문서에 사인을 하고 있자니 그녀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 머나먼 바닷속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누가 먼저 알게 될까, 아니, 누가 달려올 수나 있을까. 그녀는 찰나에 꿈틀대는 이상한 상상과 질문 속에 불현듯 명치끝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울렁거리는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다라곤 바닥에 발이 닿고 어깨까지 물이 찰랑거리는 깊이가 다였다. 건강이 부쩍 나빠져 한동안 다니던 저녁 수영 레슨은 불규칙한 마감과 야근 일정으로 놓치기 일쑤였고, 그마저도 세월호 참사를 목격한 뒤로 그만뒀다.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고 할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할까. 그녀는 갑자기 도망치고 싶었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다이빙 센터 입구에서 한동안 그녀가 시선을 떼지 못하자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쳐 온 경험으로 벤은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다.

      

 “하나, 갑자기 말이 없어졌네. 괜찮아?” 그는 서류에 사인하느라 꼭 쥐고 있던 펜을 그녀의 손에서 떼어 놓고는 그대로 그 손을 잡은 채 “우리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쐴까?” 하며 밖으로 향했다. 그녀가 들어왔던 길가 쪽 출입구가 아닌 반대편 바다 쪽으로 나가니 크고 넓은 호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잔잔한 바다의 수평선이 잘 닦인 거울에 흐르는 은구슬처럼 반짝였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녀는 오늘 아침 요가할 때 배운 깊고 긴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그러자 벤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하나, 너에게 잘하는 걸 기대하지 않아. 다이빙은 사실 잘하고 못하고 할 게 없어. 나는 그저 네가 즐기길 바랄 뿐이야. 그거 알아?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걸 끔찍하게 두려워해. 반대로 자신이 뭘 좀 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게 교만해지지. 뭐든 신중하고 주의 깊은 네가 좋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을 좀 놓아줘. 너 자신을 믿고 그냥 가볍게 해 보는 거야. 그러고 나서 아니면, 뭐, 마는 거지.”   

  

 그제야 그녀는 스스로 엄격하기만 한 자신을 바라봤다. 깊고 넓어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바다 앞에 통제력을 잃는 자신을 인정하기 싫은 것뿐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잔잔한 수평선을 바라보다 벤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 까짓거, 해보자!” 다시 다이빙 센터 안으로 들어가 그녀는 스쿠버 다이빙에 필요한 장비 사이즈를 맞춰봤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해변에 앉아 있는데 저기 멀리서 아침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오는 다이버들의 롱테일 보트가 눈에 들어왔다. 햇빛에 발갛게 그을린 밝은 미소가 얹혀 모두 비정상적으로 얼굴이 잔뜩 부어 보인다. 사람이 크게 웃으면 얼굴이 부어 보일 수 있구나,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사람들의 머리는 모두 미역 줄기처럼 바닷물에 절인 채 햇빛 아래 그대로 말라 단체로 드레드를 땋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마치 태초의 아담과 이브가 비키니와 보드쇼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 옆에 앉아 있던 벤이 일어나 다이버들을 맞이했고 오늘 바닷속에서 어떤 걸 봤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닷속 컨디션은 어땠는지 등등을 물었다. 오늘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이 있었는지 하소연하며 오늘보다 나아질 게 없는 내일은 얼마나 더 고단할지 푸념하던 일상의 대화를 떠올린 그녀는 모래를 털고 일어나 벤을 따라 롱테일 보트에 올랐다. 작은 모터로 돌아가는 롱테일 보트에 다이버들과 스태프들이 장비를 싣고 올라타자, 수십 미터 떨어진 다이빙 전용 보트까지 수면을 가르며 달린다. 오늘따라 바람도 조류도 없어 롱테일 보트는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움직였고 승모근에 잔뜩 힘을 주고 어깨를 말고는 거북목을 하고 있던 그녀 역시 천천히 긴장을 풀고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얼굴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었다.      


 체험 다이빙을 하는 그녀는 강사인 벤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했다. 다이빙 보트 양쪽에 놓여있는 탱크에 스쿠버 장비를 장착하고 여러 가지 안전 점검을 마친 벤은 그녀에게 다이빙 수트를 입으라고 했다. 일 년 내내 사람들이 꼭 가려야 할 곳만 가리고 다니는 트로피컬 아일랜드에서 탈의실 같은 게 따로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눈치껏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보트 뒤쪽 구석을 찾아가 반바지를 벗고 원피스형 수트 다리 부분을 하나씩 넣었다. 꾸역꾸역 몸을 구겨서 집어넣듯 조금씩 수트를 끌어올려 겨우 엉덩이를 덮은 그녀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목까지 먼저 올리고 수트의 나머지 반팔로 된 상체 부분을 끌어올렸다. 땀이 나기 시작하자 더 뻣뻣해진 수트는 축축한 피부에 찰싹 붙어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목에는 티셔츠가 걸린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수트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던 그녀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때 벤이 나타나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티셔츠를 빼내고 챙겨 온 물 한 바가지를 수트 안에 부으며 말했다. “수트 입기 전에 물을 묻히면 더 쉬워. 너 수트 처음 입어보는구나?” 그래, 처음이다. 미리 좀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그녀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말로 입술을 삐쭉였다. 수상스키, 바다 수영, 서핑 등 다이빙 말고도 수트를 입을 일은 많겠지만 그녀는 삼십 년이 넘도록 그중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 아니야? 그래서 난 당연히 네가 수트 입는 법을 알 거로 생각했어. 미안.” 벤은 그녀가 수트 입는 것을 도와주며 말했다. ‘우리는 너희들처럼 한 달씩 휴가를 떠나도 되는 나라가 아니라서, 일 안 하고 놀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 그래’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수트를 입었다기보단 그 안에 몸을 욱여넣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상황에서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바빠 말을 삼켰다. 그러자 벤이 그녀가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 “그냥 옷을 다 벗고 수트를 입지 그랬어. 안에 비키니도 입었는데….” 정말 그랬다. 그녀는 모두 헐벗다시피 다니는 이 섬에서 어떻게든 속살을 보이지 않겠다는 단독 미션을 받은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이 세상 어딜 가든 반바지 하나만 있으면 되는 남자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노출이 많은 비키니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할리우드 영화나 해외 드라마에선 가능했지만, 그녀가 나고 자란 나라에선 섹시하다는 건 헤프기도 하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길 바라면서도 여전히 불특정 다수에게 살을 보이면 안 된다는, 그러면 상대에게 충분히 희롱당해도 괜찮다는 면죄부를 주는 거라는, 치밀하게 교육된 관행에 협조하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그녀는 벤의 지시대로 다이빙 보트 양쪽에 일렬로 배치된 탱크와 장비 앞에 앉았다. 조끼처럼 생긴 장비에 어색한 움직임으로 양팔을 넣자, 벤이 모든 잠금장치를 체결하고 그녀를 결의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자, 이제 일어설 거야. 좀 무거울 수도 있어. 하나, 둘, 셋!” 그는 ‘하나, 둘, 셋’을 한국어로 말했다. 일본에서 일하면서 가끔 한국인 손님을 만날 때가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려다 한번 휘청하고는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옆에서 다이빙을 준비하던 그룹이 그녀를 일제히 쳐다봤고, 그녀의 얼굴은 또다시 발갛게 달아올랐다. 탱크와 장비의 무게를 모두 합치면 20킬로그램이 좀 넘는다는데 바다 위에 떠 있는 보트에서 처음으로 체감하는 무게는 그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단전에 한껏 힘을 주고는 겨우 일어나서는 허리를 숙여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천천히 조심조심 한 걸음씩 옮기는데 벤은 영 불안했는지 그녀의 옆에서 탱크를 살짝 들어 무게를 줄여줬다. 다들 어쩜 그리 이 무거운 장비를 번쩍번쩍 들고 일어서는지, 이래서 애초에 그녀가 25리터 배낭을 메고 전 세계를 누비는 서구권 여행자들을 흉내 냈다가 허리가 나가는 바람에 군말 없이 바퀴 달린 캐리어로 돌아온 거라고, 합리화했다. 


 말 그대로 엉금엉금 걸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뒤뚱거리며 핀을 한 짝씩 겨우 신고는 입수대에 섰다. 먼저 입수한 벤은 수면에서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한국어 ‘하나, 둘, 셋’으로 신호를 줬는데 그녀는 너무 긴장해서 ‘셋’이 아닌 ‘둘’에, 그것도 수면에 얼굴을 박는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뛰어버렸다. 그 순간 당황한 그녀는 허우적거리기 시작했고 벤은 그녀의 조끼에 공기를 한껏 부풀렸다. 그러자 바닷속으로 끝없이 가라앉을 것만 같은 공포에 휩싸였던 그녀는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여전히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어 균형을 잃은 그녀의 몸이 수면에서 제멋대로 빙글빙글 돌았지만 적어도 물에 빠져 죽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 모든 걸 귀엽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벤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갑자기 숨이 막히거나 호흡이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야. 그럴 땐 나에게 수신호를 줘. 그럼, 바로 올라올게. 자, 준비됐지?” 아니, 준비 안 됐어. 그녀는 속으로 외쳤다.      


 그녀의 입술, 그리고 코, 그다음 귀가 서서히 잠겼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정수리가 수면 아래 잠기는 순간, 태어나 처음 느끼는 진공 상태의 부드러운 고요함이 들이닥쳤다. 마치 그녀가 아주 오래전에 오랫동안 있었던 곳처럼 따뜻한 액체가 그녀의 피부 전체를 보호하듯 감싸기 시작했다. 살갗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머리카락 같은 인간들이 모두 사라졌다. 더 이상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녀에게 냄새가 안 난다는 건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말하는 것, 냄새를 맡은 것, 만지는 것, 모든 감각의 패러다임이 공기의 세상에서 물의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서로 다른 수면 위아래의 세상이 해수면의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그토록 오랫동안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압도됐다. 그 얇은 막으로 뛰어든 얼마 안 되는 자들만이 공유하고 있던 세상에 뒤늦게 들어선 그녀는 설명할 수 없는 배신감마저 들었다.

      

 스쿠버 호흡기로 하는 물속에서의 호흡은 지상에서 바로 공기를 들이내쉬는 호흡보다 저항이 크기 때문에 더 천천히, 깊게 해야 한다는 벤의 설명이 생각났다. 그녀는 지구의 30%에 지나지 않는 육지에서, 그것도 남북으로 쪼개진 작은 반도국에서, 그것도 600제곱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면적에 천만 명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 높은 인구밀도에 잠식당해 언제나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 그녀는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누군가 다이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물속에서 하는 명상’이라고 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뭍에서 그렇게 아등바등하며 집값이 얼마고 찻값이 얼마고 얼마나 잘 나가는 사람과 결혼해 애를 낳아 무슨 학군 어느 학원에 보내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말들이 그녀가 한 호흡씩 내뱉을 때마다 생겨나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런 사람들 세상에 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할 강단도 없이 적당히 눈치 보고 때론 협조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살아온 자신에 대한 깊은 수치심과 자격지심, 공허함도 함께 사라졌다. 지금 그녀는 지구의 70%를 뒤덮은 바닷속에서 생애 처음으로 이토록 오래도록 숨을 이어가고 있다. 낙오된 우주인이 귀환을 포기하고 아득하고 무한한 우주를 혼자서 유영하는 기분이 이럴까.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우주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대로 그녀가 사라진다고 해도 이 바다는, 지구는, 그리고 우주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이다. 태어나 지금껏 살아오며 안다고 믿고, 까불고, 쫓고, 또 쫓기던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결코 슬프거나 허무하지 않았다. 그 보잘것없는 존재감이 오히려 그녀를 더 자유롭게 했다. 그렇게 그녀는 지구의 핵에 남들보다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황홀하게 바닷속을 먼지처럼 유영하던 시간이 끝났다. 바닷속은 시간 감각마저 어그러져 뭍의 기준으로 그녀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거기 있었지만 그녀에겐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물속에서 내내 곁에 있던 벤이 그녀의 손을 잡고 힘을 주며 시선을 끌고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추켜올리며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보냈다. 사실 그녀는 잠시 벤을 잊고 있었다. 이제 뭍으로 올라갈 시간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거기에 있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스스로 내뱉어 부서지며 수면으로 올라가는 화려한 거품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서히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마침내 물의 세상에서 공기의 세상으로 순간 이동하는 해수면의 마법 같은 얇은 막을 통과하고, 그녀는 비로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여전히 수면에 뜬 채 입에 물고 있던 호흡기를 뱉어 버리고 벤에게 소리쳤다.

     

 “나, 평생 이거 하면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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