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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거미와 돼지
by
조하나
Dec 03. 2024
아래로
오래도록 반 쪽으로 갈린 허리의 썩어가는 자욱으로
호랑이가 고통의 탄식을 내뱉는 틈에
이마에 王자를 새긴 살찌고 눈먼 돼지와
탐욕에 마른 거미가
무당에 성경을 읽어주며
퀴퀴한 냄새를 쫓은 파리 떼와 기어 나왔다.
잿빛 하늘엔 오물이 날아다니고
바다는 독에 물들며
꽃잎은 마르고 얼어
바싹해진 들판은 텅 비었다.
버텨라, 버텨라,
각자의 문을 걸어 잠그고 외는
허망한 주문과 닿지 않는 기도에
폐허를 채운 검고 깊은 어둠은
길을 내어줄 생각이 없다.
돼지의 멱을 따고
거미를 짓이겨도
거미줄은 여전히 남아
또 다른 거미를 기다리고,
더욱 깊고 공허해진 폐허의 어둠 속 거미는
이곳에선 인간의 인간다움을 보일 길이 없으니
그게 무슨 대수냐 비웃으며 꾀어낸다.
감나무를 털며 지나는 새들 배 채우라
부러 한 두어 개 남겨둔 까치밥과
제 식구 먹여 살리려
하루도 어기지 않고 이른 새벽길을 나서는
성실한 부모의 선량함은
탐욕스런 돼지와 거미의 조롱거리가 되어
시퍼런 박탈감으로
깊은 폐허의 어둠 곳곳에 메아리친다.
아무도 눈치 못 채는 새
하나, 둘,
사람이 쓰러진다.
사람들이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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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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