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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Feb 08. 2022

동전

겨울을 보내며

이상하게 내 계절은 맘에 안 드는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자꾸 쌓인다. 썩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천 원이나 하는 필름이 아까워 지퍼백에 무심코 넣어 둔 사진처럼 그렇게 조용히.


겨울이 지나면 먼지가 날리고 이제는 불필요하게 따뜻한 옷들이 옷장 한 켠에 쌓인다. 그것들의 주머니에는 나의 겨울을 함께 살아내준 작은 것들이 나름의 숨을 뱉으며 잠을 잔다. 작은 방의 불을 끄면 문득 그것들과 내가 같은 박자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 같아 오롯해진다.


주머니에는 아마 동전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이제 1년동안 잊혀질지 모른다며 불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카드를 두고 나와 묵혀둔 지폐를 썼을 때 주름진 손으로 건네 받았겠지. 이미 닫아버린 지갑을 채 다시 열기 싫어 주머니에 넣었을 것이다.


인형뽑기, 붕어빵,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봉투 따위를 살 때 그것들은 꽤나 쓸모가 있어진다. 무심코 넣어뒀지만 어쩌면 나름대로 다음 해를 준비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괜히 내 자신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며 한 숨 웃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들었던 것일 수도 있다.


지금 눈을 꿈뻑이는 나보다 사계절이 어렸던 사람이 남겼던 흔적을 우연히 만지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잦다. 그리고 생각보다 따뜻하다. 맘에 들지 않았던 폴라로이드를 오랜만에 꺼내 보았을 때 느껴지는 귀여움 같은 것들.


오늘은, 조용히 다음 계절을 살아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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