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그 모든, 순간들

by 하날빛




삶을 도화지에 펼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



아마도 무엇을 그렸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다양한 삶의 흔적들이,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어울리게 어우러져 있는 그림일 것 같다.


무엇인지 모를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떨어져 울퉁불퉁히도 얼룩져 있는 곳, 눈이 부실만큼의 찬란함으로 나도 모르는 벅찬 마음이 솟아오르게 하는 곳, 여기저기 갈라지거나 뜯겨 있기도 하고 또 어느 부분에는 따스한 누더기가 덧대어져 있는 곳, 은은하나 그 무엇도 끊어낼 수 없을 것 같은 모성의 온기가 칠해져 있는 곳,..


그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닌 것이 없을, 그런 그림.



어두운 색으로 칠해져 있는 삶의 한 쪽 면을 내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란, 나에게 꽤 어려운 일이었다. 고백하자면, 지금까지도.


그것은, 그럴수만 있다면 내 삶에서 밀어내고 싶은 그림자가 진 부분이었다.


끊임없이 나를 에워싸곤 했던 슬프고 허망한 일들에 대해 나는 부단히도 지워보고 밀어내보려 했으나 그것은 이미 나의 근원을 이루는 것들이었다.


내 일부로써 받아들이지 않고는, 사실은 찬란하게도 빛나고 있는 나의 진짜 삶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은, 내 삶의 총합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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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써내려가는 이 글들은,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그렇게도 나에게서 분리해내고만 싶은, 그리고 반대로 끌어안고는 두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은 내 삶의 그 모든 순간을 기록해보려는 시도이다.


나는 무엇에 그리도 저항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그리도 갈망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에 환희를 느끼며 무엇이 나를 그리도 살만한 세상이라 이야기하게 하는 것인지.


모든 찰나의 기록은, 그 알 수 없는 '무엇'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빚어내줄 것이다.


그리고 글을 입은 그 '무엇'을, 나는 나의 글에서 발견하게 되리라.




더 얹어서도, 더 빼버려 서도 성립되지 않는, 내 모든 삶의 총합.


그 모든 것을 끌어 안아주는 연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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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날빛의 글 정원]

글로 이끈 삶을, 글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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