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신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신발은 땅을 딛고 일어서기 위한 결단이고 단단한 의지이다. 신발을 신고 걸어간다는 것, 달린다는 것, 뛴다는 것은 도약이고 용기이다. 며칠 전 “신발을 신는다는 것”에 대한 큰 깨달음을 준 글이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새벽 4시 예불에 미리 가서 앉아 있기 위해선
적어도 2시에는 일어나야 했습니다.
집을 나서면 얼음장 같은 추위 속에
40분을 걸어야 했습니다.
남들은 다 자는 깊은 새벽.
-엄마, 그때 너무 추웠지?
-엄마, 그때 너무 무서웠겠다.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기간을 그렇게 갔어?
엄마가 답했습니다.
-무조건 하나만 생각했어.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알람이 울리고 눈을 뜨고 신발만 신으면
그래도 그때부터는 견딜만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절에 다 와 가면
목탁을 치고 계신 스님의 염불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서 덜 무서웠다고.
저는 그런 엄마를 존경합니다.
-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https://brunch.co.kr/@ujw8907/129
최근, 혜남세아 작가님 소개로 알게 된 브런치 작가님의 이야기다. 젊고 유능하고 예쁜 신민경(Freegarden) 작가님은, 말기암 환자다. 곡기를 끊은지도 100일이 넘었다고 한다. 암세포의 전이로 장기들이 하나 둘 망가져 가는 것을 목도하며, 부디.. 존엄하고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 달라고 마지막 기도를 올리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위해, 새벽마다 불공을 드리시는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야기는 유튜브를 통해 듣게 되었다. 담담한 음성으로 말씀을 이어가시다가..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는다.
이 세 문장에서 작가님도 나도 그만 무너졌다.
그래서 저도 생각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신발을 신는다고요.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서면, 그리고 길을 걸으면,
그 부정적인 생각과 거리 두기가 좀 쉬웠습니다.
연습이라는 게 늘 그러하듯이
반복을 하면 좀 더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전보다 더 쉽게
멈출 수 있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안 떠오르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생각을 멈추게 하는 건
스스로의 몫인 것 같아요.
여전히 매일 힘이 듭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것.
엉망진창인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
퉁퉁 부은 발목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것.
그렇지만 생각합니다.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내 생각을 멈추는 건
나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삽니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나에게도 루틴이 있다. 안타까운 사고나 사연을 접하면 가슴에 고이 묻어둔다. 그것은 어느 날 일기가 되고, 에세이가 된다.
https://brunch.co.kr/@ujw8907/131
* 작가님을 알게 된 이후, 육성을 들은 이후, “신발을 신는다”는 음성이 귓가에 계속 맴도네요. 작가님과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이 계신 글방이 언제 닫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슬쩍 발걸음 해주신다면 신민경 작가님께 큰 위로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heV_2XcEj-0
* 작가님의 육성으로 남겨놓은 유튜브는 꼭 한번 들어봐 주세요. 그리고.. 신민경 작가님의 마지막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마음을 모아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