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 먹으면 살찌나요?아이 성장과 산후보약에 쓰는 이유

성장 걱정 많은 부모님께 드리는 진료실 이야기

by 혜선생

녹용 먹으면 살찌나요? 아이 성장에 쓰는 이유


한의원에서 아이 성장 치료를 받다 보면 꼭 한 번씩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선생님, 녹용 먹으면 살찌지 않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녹용이 직접 살을 찌우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오해가 생긴 데는 이유가 있고, 오히려 그 이유 안에 녹용을 쓰는 핵심이 숨어 있어요.


왜 "녹용 먹으면 살찐다"는 말이 생겼을까?


녹용을 먹고 아이가 살이 쪘다는 경험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이건 녹용이 직접 살을 찌게 하는 건 아닙니다.


녹용은 소화 흡수 기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 줍니다. 밥을 잘 못 먹고, 먹어도 흡수가 안 되던 아이가 녹용을 먹으면서 소화력이 좋아지고, 식욕이 생기고, 밥을 잘 먹게 되는 거예요. 그 결과로 체중이 늘고 살이 붙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즉, 녹용 → 살이 찐다가 아니라 녹용 → 소화 흡수 개선 → 밥을 잘 먹게 됨 → 체중 증가의 흐름인 거죠. 이게 바로 "녹용 먹으면 살찐다"는 오해가 생긴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녹용이 잘 맞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녹용이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는 대체로 이런 경우입니다.

밥을 잘 안 먹거나 소화가 약한 아이

먹어도 살이 잘 안 붙고 마른 아이

기력이 없고 쉽게 피로해하는 아이

성장 속도가 또래보다 더딘 아이

마지막 성장 부스터가 필요한 시기의 아이


이런 아이들에게 녹용은 소화 흡수를 살려주고, 기운을 보충해 주고,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밥도 잘 먹게 되고, 살도 적당히 붙고, 키도 함께 크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반대로 녹용을 쓰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녹용이 만능은 아닙니다. 오히려 녹용을 쓰면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대표적인 경우가 비만인 아이입니다. 이미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이에게 소화 흡수를 더 올려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이런 아이는 살을 먼저 빼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키 성장에도 훨씬 유리합니다.


또한 열이 많고 체력은 있지만 성장이 빠른 아이, 즉 2차 성징이 또래보다 이르게 오는 조짐이 있는 아이에게도 녹용보다 체질과 증상에 맞는 한약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녹용 외에도 성장을 돕는 처방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녹용 대신 다른 접근을 씁니다.

대표적인 처방이 보중건아탕입니다. 녹용 없이도 소화기와 기력을 보강해 주는 처방으로, 녹용이 부담스러운 아이에게 좋은 대안이 됩니다.


2차 성징을 빠르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보강해야 할 때는 방향이 조금 달라집니다. 오가피, 지모, 황련, 아교, 황백 같은 약재들을 활용해서 오히려 몸의 열을 내리고 진액을 더해주는 처방을 씁니다.


성장 에너지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과하게 달아오른 몸의 불을 조절하면서 균형 잡힌 성장을 유도하는 거예요.


그래서 언제 녹용을 쓰나요?

정리하면, 녹용은 이런 타이밍에 가장 빛을 발합니다.

마지막 성장 부스터가 필요할 때, 그리고 살도 좀 찌워주면서 기력도 함께 올려야 할 때입니다.

체력도 부족하고, 소화도 약하고, 살도 없는 아이가 성장의 막바지 고비를 넘어야 할 때 — 이때 녹용은 정말 좋은 효과를 냅니다. 소화 흡수를 끌어올려 밥을 잘 먹게 해 주고, 기운을 채워주면서 키 성장까지 함께 밀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녹용이 정말 빛을 발하는 또 다른 순간 — 산후 회복


사실 성장 치료 못지않게 녹용을 많이 쓰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출산 후 산모님들에게 입니다.


임신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으면서 엄마의 몸은 정말 많은 것을 소진합니다. 기혈이 빠져나가고, 장기들도 오랜 시간 눌리고 당겨지면서 지쳐 있어요. 여기에 출산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많은 출혈까지 더해지면 몸은 그야말로 크게 지친 상태가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허로(虛勞) 하다고 표현해요. 기력도, 혈도, 진액도 모두 부족해진 상태입니다.

이 상태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온몸이 쑤시고 여기저기 아프다

회복이 유독 느리고 기운이 없다

관절이 시리고 바람만 맞아도 아프다

산후풍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이 바로 몸이 완전히 소진된 채로 버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녹용은 탁월한 선택이 됩니다. 빠져나간 기혈을 채워주고, 소진된 몸의 에너지를 근본부터 보충해 주면서 회복 속도를 끌어올려 줘요.


산후에 녹용 보약을 드시고 몸이 확 달라졌다는 분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산후조리와, 산후 통증, 산후풍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작가의 지난 글을 확인해 주세요★

★산후풍은 예방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산후풍 치료, 한방에서는 이렇게 합니다

산후조리, 한의사가 직접 겪어보니...

출산 후 손목, 허리, 무릎통증 - 산후풍이 뭔가요?

정상적인 산후 회복 vs 치료가 필요한 산후풍


산후에도 녹용이 답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산후라고 해서 모든 분께 녹용을 쓰는 건 아닙니다.


출산 후 몸 상태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어떤 분은 보충보다 먼저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어혈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거나, 염증이나 감염이 남아 있거나, 특정 장기의 기능이 먼저 회복되어야 하는 경우라면 녹용보다 그에 맞는 치료 처방이 우선입니다.


몸 상태를 먼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분에게 맞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산후 회복의 핵심이에요.

녹용이 잘 맞는 분께는 녹용으로, 치료가 먼저인 분께는 치료 처방으로 — 결국 중요한 건 산모의 몸 상태에 맞는 정확한 처방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 그리고 그 아이를 세상에 낳는 일 —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쏟아내는 일이라는 걸 저도 엄마로서 잘 압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가 있어야 아이와의 시간이 더 행복해집니다.


엄마의 몸이 잘 회복되고,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라는 것 —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가족 모두의 일상을 따뜻하게 바꿔줍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육아가 시작된다고 믿는 혜선생이, 그 여정을 늘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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