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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먹는 기쁨 12화

남을 위한 한 상

정성껏 차려 대접하는 기쁨

by 한바라

서툰 솜씨로 엉성한 맛이 나더라도

때로는 직접 음식을 해서 잘 담아서

당신에게 짠~ 하고 대접하고 싶다.


나의 작은 자취방에 와주신 분들.

최선을 다해 모셔야지..!

집들이 메뉴로 종종 선택하는 건

화이타이다.

멕시칸 스타일로, 4등분 한 또띠아나 나쵸과카몰리와 살사소스, 생야채, 바비큐 고기를 곁들인다.

사진 속 고기는 풀드포크로 한 것인데, 상황 상 어렵다면 바비큐소스에 우삼겹을 적당히 익혀 속재료로 넣어도 괜찮았다.


또띠아에 속재료와 치즈를 듬뿍 넣어 퀘사디아를 만들어도 좋다. 재료 재활용이지만 치즈를 녹여 따뜻하게 먹다보니 다른 느낌이다.


과카몰리를 만들 때 핫소스를 넣으라는 건

나의 요리천재 친구의 꿀팁인데 늘 애용하고 있다ㅎㅎ 맛이 확 멕시칸스러워진다.


연어도 애용하는 꿀템이다.

내 집에는 주로 여자들이 오다 보니,

선호도가 높고

썰기만 했는데도 근사하다.

샐러드로 이래저래 활용하기도 좋다.


이 때도 연어를 잘 활용했다ㅎㅎ

라이스페이퍼에 연어와 브리치즈, 야채를 넣어 싸먹었다. 소스는 급히 만들었는데 크림치즈에 잘게 썬 피클과 양파를 넣어 섞으니 제법 랜치소스 같았다.

새우전과 버섯전으로 기름기를 보충하고

커다란 킹스베리로 마무리했다.

내 집에 오는 사람에게는 큰 딸기를 주고 싶다.

딸기 철에 오면 물처럼 딸기를 먹다가 갔으면 좋겠다.


한참을 못 만날 친구들을 위해

생일상을 차려봤다.

셋 중 누구의 생일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모두의 생일같을 수 있었다.


아롱사태수육전골은 함께 먹기 참 좋다.

아롱사태를 오래 끓여 썰어놓고

부추와 팽이버섯을 냄비 아래에 깔고

시판 사골국물을 부어 끓이면 된다.

다진마늘은 꼭 넣어준다.

간장 겨자 소스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고 대접하기도 좋다.


소갈비찜도 넉넉히 했다.

내 요리는 엉성하다.

엉성한 실력을 극복하고 잘 대접할 수 있는 방법은, 돈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다.

비싼 재료를 넉넉히 사서 조리하면 된다.

소갈비를 사고 시판 소갈비 양념을 넣어 무와 함께 푹푹 끓였더니 제법 맛있는 소갈비찜이 되었다.

친구들도 잘 먹어줬다.


묵은 밤묵이다.

묵 한 팩에 4천원 가까이 해서 좀 비싼데

확실히 쫀득쪽득하고 맛있다. 추천한다.


이것은

나를 위한 한 상일까 남을 위한 한 상일까.

미국으로 떠난 지은이를 생각하며

지은이의 생일에 생일상을 차려봤다.

지은이가 좋아하는 연어로.

오뚜기 잡채로 잡채를 만들어 구색을 갖추었고 동태전과 버섯전을 부쳤다.

'전형적인' 그런 상을 차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이건-, 누굴 위한 상일까?

이건 내가 차린, 내맘대로 제사상이다.

퇴근을 하고 나서 이러쿵 저러쿵, 생전에 좋아하시던 것들로 차려 보았다.

본가에서는 하지만, 나는 본가에 갈 수 없었기에 내 손으로 스스로 차려보고 싶었다.


늦게 퇴근하고 작은 주방에서 정신없이 해서

동태전도 잡채도 맛이 이상했다.

흐물한 전과 딱딱한 잡채를 먹는데

웃음이 났다.

맛이 너무 엉성해서.


그렇게 죽은 이에게 말을 건넸다.


"지금 여기 있어? 맛이 웃기지? 근데 어쩌겠어.

실제로는... 없는데."


자취생으로서 저 음식들을 다 소비하려면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

한참을, 저 음식들을 먹으며

망자를 그리워하고 추억했다.


당신을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사랑한다.


남을 위한 한 상,

나에게 이런 상을 차리게 해주어서 고맙다.

그정도로 사랑하는 존재가 되어준 '남'들에게

모든 사랑을 담아


함께 식사를 함께하며

행복하고 싶다



앞으로는 뭐 먹지? ❤️



Ps. '먹는 기쁨'은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즌은 사먹는 음식들을 중심으로 '사먹는 기쁨'을 연재하고자 계획 중에 있습니다. 저의 소소한 맛에 대한 주접어린 글들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무엇보다 맛있는 하루하루를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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