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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먹는 기쁨 09화

집김밥 돌돌 말아

슥슥 썰어 나눠 먹는 재미

by 한바라

김밥은 가족의 맛이다.

김밥이 좋다.




대가족으로 30여년을 살았다.

김밥을 싸면 한참 쌌다.

둘둘 말아 슥슥 썰어 사랑하는 가족 입에 쏙쏙

천진한 우리 가족은

김밥을 싸서 찬합통에 넣어 다함께 소풍을 갔다

설레하며.

절반의 가족을 잃은 나는

그런 순간들이

떠오른다.


미소. 김밥과 함께 번지던 그 미소.


미소가 그리워서 김밥을 싼다.



자취생으로서, 도시락으로 먹기에도 김밥이 좋다.

가족의 정이 그리운가보다.


재료를 다 갖춰 넣지 않아도 김에 밥을 펴고 뭐든 둘둘 말면 어영부영 조화롭다.

야무지게 슥슥 말아 술술 먹는다.


최근 김밥싸기에 꽂혀서,
마구 말고 싶어서 호기롭게 단무지 두 팩을 사놓고 옛 기억들을 슬슬 꺼냈다.


유치원 때 '아빠의 날'이 있었다. 저녁 식사 프로그램은 아빠와 함께 김밥 만들기였다. 나는 둘이서 소꿉장난처럼 만들어낸 그 엉성한 김밥이 기억난다. 아빠의 멋쩍은 웃음까지도.

그때도 좋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더 좋다.



나는 이제 김발 없이도

김밥을 제법 그럴듯하게 싼다.

둥그런 김밥을 잔뜩 말아서 썰어서 나무찬합에 넣어서 코스모스 핀 들판으로 향하고 싶다.



내일은 뭐 먹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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