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강사는 정우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와서는 정우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아.. 바이올린 선생님이세요?"
"네, 안나는 갔나요?"
"구급차가 와서 지금 막 나갔어요. 별 일이 아니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그러게요. 수업 끝날 때쯤 갑자기 아프다고 울더라고요. 정우랑 놀다가 그랬다면서요?"
강사는 정우에게 시선을 돌려, 정우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우야, 네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거 선생님도 알아, 선생님은 너를 믿어. 너도 얼마나 놀랐겠니."
정우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우 엄마는 궁금한 점을 선생님한테 물어봤다. 상황 설명을 속시원히 듣고 싶었다. 내 아이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놀다가 그런 건가요?"
"네 애들 말 들어보니까 요한이랑 안나랑 정우가 셋이 놀다가 안나가 넘어졌다고 하던데요."
정우 엄마는 선생님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선생님께 많이 놀라셨을 텐데 조심히 들어가시라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집에 가자마자 정우는 풀이 죽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안나가 많이 다쳤으면 어떡해?"
정우 엄마는 풀이 죽어있는 정우가 안쓰러워서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는 않았다. 정우도 이 상황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우 엄마는 엄하게 그때의 상황을 다시 물어봤다.
"정우야 안나를 아까 네가 요한이 든 것처럼 그렇게 들었는데 안나가 넘어진 거야?"
"응... 우리 셋이 있었는데 요한이가 내 뒤에서 들어서 내가 요한이 해줬어. 안나도 재미있게 해 주려고 싶어서 내가 이렇게 들어줬는데 안나가 넘어졌어."
"그러니까 왜 친구 몸에 손을 대. 엄마가 맨날 그랬지. 적절한 거리 유지하면서 앉아서 놀라고."
정우는 고개를 숙인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정우 아빠가 오기 전에 아이들을 씻기고 밥을 먹여야 했다.
정우 엄마는 정우가 좋아하는 하얀 라면을 끓여주었다. 밥을 차리고 반찬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정우는 자기가 좋아하는 라면이 밥상에 오르자 얼른 포크를 집어 들고 휴대용 선풍기로 면을 식혀가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정우 엄마는 그런 정우를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아직 1학년은 너무 어리고 상황 판단력도 미숙하다. 더구나 어른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끼리만 놀다가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우 엄마는 이 상황이 안타까웠고 안나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한숨만 나왔다.
한 시간쯤 지나자 정우 아빠가 왔다. 정우 아빠에게 정환이를 맡기고 정우 엄마는 냉장고에서 안젤라가 마실 커피와 아이들 먹일 음료수를 챙겼다.
그리고 안나 엄마에게 문자를 했다.
'안나 어머님 안나 병원 어디로 갔나요?'
'근처 대학병원으로 왔어요.'
'지금 제가 가봐도 될까요? 응급실로 가면 될까요?'
'네'
정우 엄마는 저녁을 못 먹었을 아이들과 안젤라를 위해 김밥 세 줄과 떡 두팩을 샀다.
근처에 빵집이 더 가까이 있었으나 안나와 요한이가 밀가루 같은 것을 안 먹었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한 참을 헤매다가 김밥과 떡을 샀다. 혹시라도 병원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우에게만 저녁을 챙겨준 것이 정우 엄마는 마음에 걸렸다.
어느새 밖은 어두워졌다.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정우 엄마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