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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Aug 22. 2024

학생을 금쪽같이

2024.08.22(목)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동아리 활동일이다. 이 날은 5~7교시를 연달아서 활동을 한다.

 

나는 외부 동아리를 맡아서 4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점심을 10분정도 빨리 (코로) 먹고, 아이들을 학교에서부터 인솔해서 버스를 타고 가까운 청소년 수련관으로 간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데는 품이 진짜 많이 든다.

나가기 전에 여러 번 안전 지도를 해야 하고, 준비물을 잘 챙기라고 잔소리를 해야 하고, 시간 맞춰 가야하니까 절대 늦지 말라고도 단속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동아리만 이동하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우리 동아리뿐만 아니라 더 더 더 많은 동아리들이 한꺼번에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학교 정류장은 아이들로 가득하다. 줄줄이 사탕처럼 버스카드를 찍는데도 내리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시내버스에 서른 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타면 당연히 기사님이나 승객들 눈치가 보인다.

버스를 타기 전에 버스에서 비속어 사용 금지, 공공질서 교육을 시키지만 학교 밖을 벗어나는 순간 이미 아이들은 마음이 들떠서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말한다. 그야말로 텐션이 업!!!


어떤 아주머니는 귀를 막고 전화 통화를 하시고, 뒷문으로 겨우 승차하신 할머니는 이게 무슨 일이냐는 눈으로 아이들을 휘둥그레 쳐다보신다. 오늘은 다행히 기사님이 큰 소리를 치지 않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조용히 좀 하라고 소리치시는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도 내 몫이다.


어쨌든,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외부 강사님이 수업을 하실 동안 나는 문지기가 된다. 문 앞에서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 아닌 감시를 한다. 외부 강사의 말을 안듣는 꾸러기들이 어딜가나 있기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교사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언젠가부터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안전"이다.

이미 여러 사건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이 다쳤을 때 겪게되는 고충을 간접 경험했고 같이 아파했다.


아이가 행여나 다친다면, 책임 소재가 교사를 향할 때가 많다. 심지어 교사가 사전 교육을 했음에도, 그 자리에서 성실히 아이를 지도했음에도 우리는 죄인이 된다.

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이런 행태가,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다. 그래서 요즘 선생님들은 방어적이기도 하고, 소극적이기도 하고, 가르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이들은 알까?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금쪽같이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튼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우리 집에도 금쪽같은 아이가 한 명 있다. 10살 첫째.


점심 때 비가 내려서 친정엄마가 첫째 학교로 우산 들고 가려다가 비가 그치길래 안가셨다고 했다. 그런데 하교시간에 갑자기 비가 내려서 마중 나가지 못한 것에 속상하다는 문자를 하셨다.


나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해주었다.

비도 맞아 보고 해야돼.

그러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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