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질문을 낳는다.
2024.08.26.(월)
오늘은 수행평가를 보는 날이다.
수행평가라고 해봤자 수업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식이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개념 정도만 외워두면 잘 쓸 수 있는 평가인데,
나는 아이들이 수행에 대한 부담이 좀 덜했으면 해서
수업시간에 거의 떠먹여 주듯이 계속해서 써야 할 내용을 알려준다.
"선생님이 입에 넣어줬으니까 씹는 건 너희들이 해야 돼~ 이렇게 나오니까 이렇게 쓰면 되고,
이렇게 쓰면 감점이야. 알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꽤 많은 질문을 한다.
A에 대해서 2가지를 써야 된다고 (여러 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되묻는 아이들.
"선생님 A는 몇 개 써야 돼요?"
"방금 말했잖아. 2가지 써야 돼."
"2가지 안 쓰면 점수 깎여요?"
"당연하지, 써야 할 것이 안 들어가면 깎이지. 방금 말했잖아."
그런데 문제는 이런 아이가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계속해서 아이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면 나는 너무 지친다. 어떤 때는 짜증이 난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교사의 숙명이라지만 방금 말했던 것을 계속 물어보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친절하게 답해주다가, 어느새 결국 폭발을 하고 만다.
"아까 말했는데 왜 자꾸 물어봐!!!!"
나는 안다.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아이들의 이런 성향은 "불안"에서 오는 것이다.
불안하니까 물어보고, 자꾸만 확인받고 싶어 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부담이 되어 불안함을 이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평가고 뭐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일이고.
그저 여러 경험을 통해 불안을 건강하게 이겨내는 수밖에..
실제로 고등학생들은 아는 질문을 중학생만큼 많이 하지도 않는다.
중학생들, 얼른얼른 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