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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Aug 29. 2024

교사는 한 번쯤 명퇴를 꿈꾼다.

2024.08.29.(목)

학교는 회식이 비교적 적은 직장이다.

고작 해봤자 2월 중순 송별회, 3월 초 환영회.

일 년에 전체 회식은 두 번 정도이다.


그런데 오늘은 좀 특별하게 8월 말 송별회 및 환영회를 겸해서 전체 회식이 있었다. 

얼마 전에 명예퇴직 교원과 교장승진발표가 있었고 우리 학교에 마침 두 분 모두 계셨기 때문이다.


교감선생님께서 교장으로 승진이 되셔서 9월 1일 자로 다른 학교로 가시게 되었고,

한 분은 약 30년 동안 교직에 계시다가 정년을 몇 년 앞두시고 명예퇴직을 하시게 된 것이다.


언뜻 보면 승진과 명퇴. 양과 음의 느낌이 물씬 나서 축하할 일과 안타까운 일일 것만 같지만 실은 두 분 모두 축하받으실 일이다.


교사의 정년은 62세.

신규교사 연수 때 장학관님이 그러셨다.

교사 정년은 여느 공무원보다 2년 더 늦다고, 그래서 남들보다 더 일할 수 있으니 굉장한 이익이라고.


그런데  한 해, 한 해 아이들을 만나면서 과연 2년을 남들보다 더 일하는 게 정말 큰 이득인가.

갈수록 의구심이 든다.

관연 내가 정년까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정년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 교사들은 다들 두려움에 떤다.


중, 고등학교 교사는 나이가 들어 14~18세 한창인 아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한다.

어찌보면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이자, 고객님이시다.  

그런데 그 고객님들은 20대 교사와 50대 교사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이들은 젊은 선생님을 좋아한다. 

즉, 늙은 선생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늙어간다. 

노안이 오고,

난청이 고,

감각이 떨어지고,

행동과 말도 느려지고,

'요즘 아이들 언어'에도 무뎌진다.

그러나 '최신식' 세대와 함께 해야 하는 숙명.


어떤 이는 아이들 덕분에 천천히 늙겠다고 하지만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어린 세대와 좀 더 잘 어울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또래보다 젊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어린 세대에 치여 마음고생을 해서 병을 얻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요즘은  더욱.


그래서 선생님들은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명퇴를 꿈꾼다. 나도 그렇다. 50대 중반쯤,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 때 학교를 떠나 인생 2막을 여는 상상을 해 본다. 


현재까지 내 눈은 멀쩡하다. 아직 노안이 오진 않았지만,

노안이 오면 교과서 글씨가 안 보여서 얼마나 갑갑할지.

돋보기를 머리와 이마 중간 어디쯤 올려놓고 교과서  보랴, 아이들 보랴, 정신이 없겠지.

상상만으로도 슬프다.


그러니 교직에 있는 동안은, 제발 좀 천천히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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