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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Sep 04. 2024

멍석깔고 수업

2024.09.04.(수)

학.부.모.공.개.수.업.


몇 주 전부터 이 날을 기다려왔다.

물론, 기대에 벅차서 기다린, 그런건 절대 아니고.


나는 매 시간 수업을 하고 있지만, 학부모에게 수업을 공개한다는 것은 해가 지나도 부담스럽다.

동교과 선생님들에게 공개해도 부담스러운 수업공개.


왠지 사람들이 멍석 깔아놓고 그래,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팔짱 끼고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요즘은 보여주기식으로  학생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하진 않아서 사전에 리허설(?)따위는 없다.


그냥 평상시에 하던 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학부모를 교육 주체로 여겨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도록 하는.. 뭐 그런거다.


그래도 누군가가, 그게 교사든 학부모든, 뒤에 서 계시면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시선 처리도, 음량도, 아이들에게 하는 스몰토크나 농담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하던 대로 했지만, 아이들도 나도 하던 대로 못했다.


부모님이 뒤에 계시니, 아이들도 바짝 긴장하여 입도 뻥끗  하고. 덕분에 교실 분위기가 얼어붙어 나도 덩달아 썰렁한 농담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수업만 주야장천 했다.


아무튼 수업 공개가 끝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당분간 이런 불편한 떨림은 없는 걸로 만족한다. 오늘은 발 뻗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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