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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Oct 04. 2024

편애하는 선생님?

선생님의 속사정

학교에 있다 보면 내 자식이었으면 하는 학생도 있고, 내 자식이었으면 큰일 났겠다 싶은 학생도 있다.


내 자식이었으면 하는 학생은 누가 봐도 예쁘다. 선생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예의가 바르고,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며,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서 대답도 잘하고 보태서 리액션도 따봉인 학생.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거기에다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봉사정신이 투철하여 잔잔하게 친구들을 챙길 줄 아는 배려심과 겉으로 티 내지 않는 겸손함까지 갖추었다면.


그야말로 "너희 어머니가 누구시니?"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하면서 자동으로 박진영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도대체 이 아이는 어쩌다가 이런 상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입이 떡 떡 벌어진다. 선생님한테는 물론이고 학급에서도 친구들과 늘 갈등을 빚어 일당백 하는 아이를 대놓고, 이쁘다 이쁘다 할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가만 놔둘 수도 없다. 달랬다가 얼렀다가 화냈다가... 휴....


예쁜 아이들보다 더욱 더 손이 많이 가는 아이이지만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아이들의 레퍼토리는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애들만 예뻐해!"이다.

내가 얼마나 자기한테 온갖 에너지와 시간을 쏟았는데!!!! 사실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훈육도 가능한 법.

학교에서 지도하다가 하다 하다 안돼서 가정에 연락드리게 되면 솔직히 겁이 난다. 이 학생의 부모님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가정에서도 지도해 주세요."하고 부탁드리면, "알겠습니다." 해주시는 부모님은 오히려 감사하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많기때문이다. 그런 부모들의 특징은 아이의 말만 듣고, 학교 탓만 한다.

아이들이 집에서와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시고 오히려 아이의 (자기변명 같은) 말만 듣고 교사에게 화살을 돌리는 학부모도 의외로 많다.

요즘 교사가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동.


"우리 애는 지도하지 마세요. 그냥 놔두세요. 집에서 할게요."

"우리 아이가 그러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하셨다면서요?"

"들어보니까 그 친구가 그렇다고 하던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이의 말만 듣고 차별하는 교사, 화만 내는 교사로 치부해 버리는 학부모를 상대하고 나면 정말 이 일을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화도 났다가 억울했다가 답답했다가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아무튼 그런 아이들과 1년을 같이 한다는 건.. 별 다섯 개의 최강 난이도이다. 인내와 자비, 사랑, 끈기, 박애.. 온갖 고귀한 정신이 있어야만 그들을 무사히 한 학년 올려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쯤에서 누가 누구를 차별한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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