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는 8시에 학교에 도착한다. 일을 좀 하다가 8시 50분에 조회를 하러 들어가는데, 오늘은 도착해 보니 8시 30분이었다. 평소보다 늦어서 정신없이, 부랴부랴 노트북을 켜고 메신저에 접속을 하고 있는데 평소와 달리 또 학생이 찾아왔다. 우리반 여학생이었다. 느닷없이 학생이 찾아오면 나는 새가슴이 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어? 영희 무슨 일 있어? 웬일이야?"
"선생님 출석부가 없어졌어요."
"교무실에 없어? 그 밑에 전달함도 찾아봤어?"
"네 없어요. 그래서 애들이 교실에 못 들어가고 기다리고 있어요"
출석부 두는 장소는 교무실. 출석부에는 교실 열쇠가 끈에 묶여있다.
그게 없으면 교실에 못 들어간다. 아이와 함께 교무실로 가봤다. 진짜 우리 출석부가 사라졌다!!
'어? 어제 동아리 활동하고 우리 교실 쓴 선생님한테 출석부를 교무실에 갖다 놔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나는 출석부 찾는 것보다 먼저 복도에 있는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내야 했다.
여분 비상키로 교실 문을 열고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우리반 출석부를 보셨으면 연락 달라고 전체 메시지를 보냈다.
출석부 행방이 묘연해지자, 걱정 많은 나는 역시 온갖 상상의 날개를 펴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예측, 대비하기 시작했다.
신규 때 부장님께서 출석부 없어지면 큰~일어나는 거라고, 출석부는 정말 중요한 자료라면서 내게 으름장을 놓으셨다. 그래서 나는 학급에서 출석부를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아이들에게도 특별실이나 체육관으로 이동할 때 문 잠그고 출석부를 꼭 교무실에 갖다 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일단 경위서를 쓰게 될까?
근데 좀 억울한 게, 마지막으로 문 잠근 사람은 내가 아닌데?
우리반 교실 빌려 쓴 선생님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야?
1학기 때부터 기록해 왔던 것을 나이스 보고 새로 다시 써야 되는 거야?
그걸 어느 세월에, 언제 다 옮겨..?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그런데 다행히 집 나간 출석부가 다른반 아이 손에 들려있었다.
이거 어디 있었냐니까 자기네 반에 있었단다. 왜 거기가 있냐고 물으니 아이도 모르겠다며 출석부를 얼른 주고 가버렸다.
어쨌든 이게 왜 거기 가서 헤매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20분 동안 나는 출석부 잃어버렸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뜻깊은 시간이자,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우리 반에서 제일 중요한 건 너희들, 그다음은 출석부야. 이거 잃어버리면 선생님 교장실 가서 혼난다~~ 잃어버림 안돼!!
첫째, 둘째가 감기약을 먹은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 감기가 잘 낫지 않아 소아과에 가야 했다.
육아시간을 쓰고 학교에서 똑딱으로 접수하니 13번째라고 나왔다.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과 친정엄마와 함께 소아과로 갔는데 간 김에 나도 목이 칼칼하여 진료를 보기로 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들 체온을 재고 내 귀에 체온계를 꽂으시더니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