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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Aug 21. 2024

그래도 국어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2024.08.21.(수)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깜짝 놀라도) 수행평가를 시작해야 했다.

수행과 지필 모두 11월 말까지 끝내려면 진도도 빼야 하고, 수행도 맞춰서 해야 하고..아무튼 바쁘게 달려야 한다. 독서 수행하는 날을 정해야 해서 내가 정할까 하다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월 3교시, 화 5교시, 수 6교시, 금 1교시 4지선다야. 언제가 좋을까?" 했더니

"국어가 4번이나 들었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나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변명을 했다.

"고등학교 때도 국어는 일주일에 4번이야. 국어 시간이 좀 많지?"


"왜요?"

"교육과정이 그래, 나라에서 정해주는 거야."


그렇게 답하고서 나는 차마 싫으냐고 묻지는 못하고, 그냥 다른 말을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다.

혹시라도 싫다 그럼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이 뻔하기에, 회피 기제가 발동한 것이다.


사실 국어를 싫어할 수는 있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수학이 정말 많이 싫었으니까.)

국어시간이 싫은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국어시간이 싫다고 해서 꼭 나 때문인 것은 아닐 텐데, 괜히 찔리는 것을 보니, 나는 '국어 = 나'라고 동일시하는 것 같다.


싫을 순 있다만,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괜히 국어(선생님)가 싫다고 하면 가뜩이나 눈치 보는 내 성격에, 수업 들어갈 때마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 같을게 뻔하다. 그러니 여러모로 모르는 게 약이다. 국어가 싫든, 내가 싫든. 바뀌는 건 없다.


인기 관리는 전혀 아니고, 그냥 내 멘털 관리라고 해 두자.

싫다는 말은 듣기 싫어....

아직은 미움받을 용기가 나에게는 없다.




친정엄마 아파트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 보러 오는 사람은 간혹 가다 한 명씩 있는데, 사겠다는 말까지는 나오지 않는 상태이다.


오늘 오후에 급하게, 집을 보고 싶다는 사람이 생겨서 엄마가 첫째에게 시간 맞춰 학원에 가라고 일러두고 먼저 집에서 나오려고 하니까 첫째가 이렇게 말을 했단다.


"할마, 이번에는 집 꼭 팔아~"


할머니가 마음 고생하시는 것을 아는지 힘이 되는 말을 보태서 하는 다정한 우리 아들.

첫째의 말대로, 친정엄마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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