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0월18일
아침 8시30분에 출발하는지, 9시 에 출발하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장님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8시반경에 버스가 올거니까 9시에 출발하면되지, 라고 하시지만, 할매들은 너무 부지런하다. 부지런한 할매들 눈에 밉보이지 않으려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소성리로 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박배일감독이 영화 “소성리”를 출품하였다. 오늘 박배일감독이 소성리주민들을 초대해주셨다. 거기에 김천어른들과 연대자들 끌어모아서 버스한대 맞춰서 우리는 부산으로 출발한다.
부산에 도착하니 부울경대책위에서 점심을 대접해주셨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인 듯 해보였다. 연밥에 두부를 이용한 반찬류가 담백하고 고급스러웠다. 건물 9층의 식당의 한 벽면이 모두 유리창이었다. 앞에 펼쳐진 바다의 풍광이 아주 멋지고 시원해 보인다. 밥을 먹다가 귀에 익은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헬기 한 대가 유리창 옆을 지나 날라가고 있는거다. 너무 놀라웠다. 이렇게 큰 도심의 고층빌딩 숲에서 과감하게 프로펠러를 요란스럽게 돌리면서 날아다닌다. 이상하게 내 눈에만 거슬리는지, 그런 헬기가 왔다리 갔다리 하는 모습이 예민하게 보여진다. 고층빌딩을 보니 아슬아슬한 기분도 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런 군용헬기가 무슨 용도로 사용된다고 도심 한가운데를 뱅뱅 돌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음이 공포스럽다. 괜한 상상을 한다. 부딪히면?
영화의 첫장면은 내가 그토록 찍고 싶었던 소성리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별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찍으면 될까? 몇 번 시도해봤지만, 깜깜한 밤하늘은 그냥 시커먼 밤하늘 일 뿐이었다. 그러나 영화속의 소성리 밤하늘에는 별이 영롱하게 빛났다. 잔잔한 소성리의 하늘과 땅과 산과 개울에 일렁이는 햇살이 모두 어우러져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마을.
첫 이야기의 주인공이 조실댁엄니라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리운 조실댁 엄니가 병원에서 돌아오신 것을 어제 만났다. 도로에 나와 앉아계신 것을 보고는 뛰어가 인사를 드렸다. 빠른시일 내에 소성리엄니열전을 다시 쓰고 싶어졌다. 오늘 영화“소성리”를 보고는 조실댁엄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한가득 듣고 싶은 열망이 마구 솟구쳤다.
영화는 소성리의 자연, 여성, 시대의 아픔과 어둠이 마을의 내면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지금 사드라는 현실의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가를 소설적 접근이 아니라 직접 생생하게 보도하는 듯이 보여준다. 그 이야기 하나하나는 아름다운 자연을 영상에 담아 가감없이 표현하려고 했던 박배일감독의 노고가 많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도 지혜롭게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평화라 여기는 사람들.
아름다운 소야의 들판에서 농사를 짓는 소성리엄니들, 우리엄니들 연기 너무 잘한다. 아니 연기라고 쓰고, 삶이라고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건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었던 것을.
너무 아름다운 소성리엄니들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삶이 충만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