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_너구리탕

by 시야

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0월31일

시벌의 마지막날에 봉정할배의 숙원사업이 해결되었다.

밤 시간에 소성리마을회관은 반찬거리 만드느라 분주하다. 부추김치를 버무린다. 벌써 동태탕을 얼큰하게 끓여서 마을사람들은 저녁식사를 거하게 하신 듯 하다. 금연엄니는 나를 보자마자 밥 먹으라고 회관으로 밀어넣는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는 사람만 보면 밥 먹으라고 성화시다. 어른이 그러시는 걸 어찌하까 싶어서 들어가보니 상을 다 치운 상태다. 다행히 억지로 밥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 재승형님이 동태탕 꺼리랑 복어껍질 무침회를 준비해오셨는가 보다. 마을어른들과 계를 하실 모양이다. 요즈음 소성리 여기저기의 조직화사업이 한창이다. 평교주는 노래패 만들자고 띄우던데.

부엌에 모인 엄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스렌지 위 냄비에 담긴 것이 너구리고기란다. 너구리고기를 이야기할 때는 며칠 전에 나락추수할 때의 일이 떠올라 이야기 했더니, 그 너구리가 저 너구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냄비 안에 너구리가 들어앉아있다는 거다. 허걱

어젯밤에 참새방앗간 사장님이 소성리로 오던 중에 교통사고가 났다. 너구리를 치이신 모양이다. 졸하신 너구리를 고이 묻어주시면 될 것을 알뜰살뜰한 참새사장님이 졸하신 너구리를 모시고 와서는 봉정할배의 손으로 넘겨주었단다. 너구리를 받아든 봉정할배는 며칠 전에 놓친 너구리를 생각하면서 흐뭇하게 받아들어 손질을 해 주셨다. 잘 손질된 너구리가 마을회관의 부엌으로 넘어와서 냄비 속에서 끝끝내 산화해 가셨다는거다. 나는 차마 뚜껑을 열어볼 용기가 없었다.

냄비에서 한창 끓일 때는 고기 구린내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다 끓이고 살짝 식혀서 이장님과 주은씨가 썰어서 한 점을 꿀꺽 한 모양이다.

주은씨의 말에 의하면 살짝 군내가 나긴 하지만(아주 약간), 개고기를 먹어본 사람은 알텐데, 개고기의 육질이 느껴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맛있단 뜻이다. 서울여자 주은씨, 개고기도 먹어봤단 뜻? 대박이다. 술도 한잔 하셔서 빨간 다라이가 된 얼굴이다. 너구리고기 예찬까지

봉정할배는 아직 맛을 못 보셨다고 한다. 내일이면 봉정할배의 술안주가 될 듯 하다. 봉정할배, 너구리 고기 먹고 싶어서 그렇게 날래게 달리셨는데, 드뎌 숙원사업이 해결되는가?

내일 기분이 어떠신지 물어봐야 겠다.

오늘은 날이 많이 푸근한데, 내 옆에 연약한 형선교무님은 춥다고 벌벌벌, 맴이 애처롭다. 저리 약해서 어짤꼬?

오랜만에 부녀회장님도 만났다. 요즈음 들깨 털고 일고 말리고 바쁘시다. 올해 들깨 주문도 많이 들어와서 좀 팔아드렸다. 물론 부녀회장님은 당신뿐 아니라 마을에 들깨 처분 못한 것까지 염두에 두고 계신다.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는 십일월이네. 내일의 태양이 뜰 때 다시 시작해야지..

사람들은 내게 고생한다고 격려해주신다. 나는 면목이 없다. 내가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소소한 모임이나 일들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사는 일이고, 살아가는거다.

나는 내 삶을 소중히 가꿔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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