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1월23일
“진료받는 데 파스는 떼야 안되겠나?” 하면서 상돌엄니는 바지를 살짝 내린다. 오른쪽 엉덩이 위쪽에 파스 두 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파스는 누가 부쳐줬어요?”하고 물으니 “팔이 안 다여서 내 혼자 못부치겠어. 그래 장상순이를 불러서 부치달라고 했더니 안 부쳐주나” 하신다. “하하하.. 이웃에 사니까 쓸모가 있네. 없는 것 보다야 낫지요?”
한의사가 불러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상돌엄니가 엎드려서 허리를 보니, 타박상이지만 멍은 없었다.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속에 타박상을 입어서 부황으로 어혈을 뽑고 침도 맞고 뜸도 떠서 풀어줘야 한다.
지난 화요일(11/21) 사드미군기지 공사장비가 대량으로 들어온 날에 상돌엄니는 경찰들에게 끌려나오다가 차에 오른쪽 엉덩이 위쪽 허리를 퍽 부딪혔다. 그 바람에 한참을 일어나지를 못하고 비스듬히 앉아 계셨다. 순간 몸이 경직되었나보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서 파스 두 장 부치고 계신거다. 다음날, 팔을 못쓰겠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허리가 아파서 꿈쩍을 못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오늘 임순분부녀회장님과 금연엄니 한의원 가는 길에 상돌엄니께도 연락을 해서 다 같이 읍에 있는 한의원을 찾았다.
임회장님은 공사차량 막을 때 경찰들에게 아픈 팔이라고 손대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를 해댔다. 이리처리 치이다 보니 팔을 보호하기가 어려웠다. 새벽부터 찬바람에 팔이 빠질 듯이 아팠다. 왼쪽 어깨에 핫팩을 끼워넣고 있었지만, 시리고 저려서 말도 못하게 아팠다고 한다.
금연엄니는 욕하면 입이 바짝바짝 말라서 기침이 더 심해진다고 했지만, 공사차량이 막 기어들어올라고 경찰들이 저리 야단법석인데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작대기를 휘두르면서 욕을 해대고 고래고함을 질러댔다. 기침이 멎을 리가 없다. 그래도 다행히 그전에 타놓은 약을 먹은 효험이 조금은 있었는가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
한의사는 우리 소성리엄니들을 보더니 안쓰러운 눈빛으로 위로를 해주셨다. 평소에 삼십분 하는 치료를, 오늘따라 한시간 반 이상 걸렸다. 안마기도 다리에 갑옷 끼워입혀서 뜨끈뜨끈 열나게 맛사지를 해주더란다. 팔도 주물러주고, 온 전신만신 주무리고, 두드리고 고생한 소성리엄니들 피로를 확 풀릴 수 있도록 서비스가 만땅이었다.
금연엄니는 “우리 편 스무명만 더 있었으면 사드공사 막았을텐데, 의사샘이 스무명 안 델꼬 와서 공사차량 못 막았다 아인교” 하면서 농담을 진지하게 던지자 한의사는 “캬아~~” 하더란다. 엄니들 덕분에 나도 전신안마기 침대에 누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끈하니 뚜드려대니 시원킨 시원타. 할매들이 한의원을 찾는 이유를 알겠다.
공사장비가 들어온 날에 다친 사람들은 바로 병원으로 향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지날수록 온몸이 두들겨 맞은 거처럼 아프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오늘 은총님이 허리를 펴지 못하고 꾸부정하게 “아아” 신음소리를 내면서 다니시더니 결국은 병원으로 검사하러 갔다. 갈비뼈골절이라고 한다. 대체로 여성들이 갈비뼈골절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보인다. 찬동형님은 갈비뼈가 두 대가 부러졌다고 한다. 상태가 많이 심각한 듯 하다. 몇 달은 꼼짝을 못하고 누워있어야 할 모양이다. 이래저래 다친 사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몸에 난 상처야 연고 바르고 아까징기 바르고 호호 불면 낫는다 치지만, 폭력으로 얼룩진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지, 소성지가 뿜어내는 햇빛이 눈에 닿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니까 확실히 몸이 시원하다. 풀리는 느낌이라고 하신다. 엄니들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분명히 괜찮을 리가 없다. 그냥 참고 지나가는거지.
오늘 후회가 막 밀려왔다. 그 때, 임회장님 팔이 꺽여서 기부스 했을 때, 반기부스 하다가 풀었을 때, 억지로라도 한의원에 모시고 가서 치료를 받았어야 했었다. 바쁘고 정신없었던 날들이라도 몸이 망가지도록 가만히 방치해서는 안 되었다. 내가 그때 마음먹고 했었더라면, 날이 추워지자 시리고 저리다는 말씀은 안 들었을텐데. 그 때는 여름의 더운 날이라서 그런 후유증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나의 무심함이 한심함으로 느껴졌다.
삼평리에서 레미콘 차량을 막기 위해서 마구 덤벼들었던 삼평리부녀회장님 생각이 났다. 은주 언니도 자신을 던져서 송전탑공사를 막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뒤로 자빠지고 앞으로 넘어지고, 차에 들어가고, 그러다 엉덩이 꼬리뼈를 심하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그 때 참 아찔했었다. 상황이 워낙 안 좋은 때라서 은주언니는 마음 편히 치료받지 못하고 금방 퇴원했었다. 한참동안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불편한 상태로 싸움을 해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은주언니의 건강을 잘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 참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마음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돌봐주거나, 다른 일을 신경쓰지 않도록 해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뒤늦은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