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2월1일
주부경력이 좀 되는 거처럼 보이지만 거의 초보수준이다. 국이나 반찬이나 뭐하나 잘 하는 거 없다. 부엌은 늘 불편하고 부담스런 공간이다. 특히나 우리 집도 아닌 다른 곳의 부엌은
소성리마을회관도 마찬가지다. 엄니들이 음식할 때 옆에서 거들고, 설거지나 할까. 내가 주체적으로 할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최근에 엄니들이 너무 바빠서 마을회관을 돌볼 여력이 없고, 평화지킴이들은 스스로 식사준비를 잘하고 있는데, 나는 뭐 딱히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뭔가 식사를 한번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문득 ..
금요일은 내가 소성리마을지킴이 당번서는 날이다. 나는 그냥 문득 김치찜을 하겠다고 말을 해버린거다. 김치찜은 김치랑 갈비넣고 푹 삶으면 될테니까 좀 만만하게 생각한거였다.
그런데 소성리마을회관의 냉장고에 들어앉은 김치들은 양념이 조금 부족한 듯 히끄무레 하다. 고춧가루며 간을 할 만한 양념을 더 첨가해야 할텐데, 과연 내가 맛을 낼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말은 꺼내놓았으니 식육점으로 향했다. 등갈비를 준비했다.
뜬금없이 산골도사가 김치들고 간다는 톡을 올렸다. 김장하기 전에 신김치를 처치할 생각에 룰루난나 한통 들고 오셨다. 양념이 가득 베인 김치로다.
멸치다시물을 끓이고, 돼지갈비는 살짝 데쳐서 기름을 제거하고, 김치를 쭉쭉 찢다시피해서 썰이고, 그렇게 한 냄비 가득 푹 삶았다. 버섯가루도 넣고, 후추도 넣고, 푹푹 삶았다.
그리고는 파와 고추도 썰어서 넣고 푹푹 삶았다.
난 정말 삶기만 했는걸.
그렇게 점심을 준비하기 전에 오늘 작심한 듯이 규란엄니와 금연엄니가 부엌살림살이 중에 냉장고를 확 다 뒤볐다. 묵은반찬과 찌꺼기들을 싸악 정리하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냉장고 정리 하고도 소소한 반찬 가지수가 열댓가지는 되는 듯 하다. 그렇게 많은 데 뭐하러 김치찜은 한다고 설쳤는지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밥을 얻어먹은지도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내 손으로 밥 한번 차린 적 없었으니 오늘 만회하는 날인셈이다. 한 솥 가득 끓여서 또 잔반이 될까 걱정하였으나, 다행히 갈비살은 사람이 먹고, 갈비뼈다구는 진밭을 지키는 강아지‘평화’가 먹었다.
점심, 저녁을 줄기차게 먹어서 솥은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먹었으니 당연히 맛있다고 칭찬한마디씩은 해주시더라.. 의례히 하는 인사치레로 들어주고
소성리마을회관으로 반찬연대해주시는 이름모를 천사분 있다는 건 익히 들었는데, 오늘 냉장고 정리하다보니 그분의 정성가득한 반찬들을 실감했다.
한번은 서울서 소성리까지 반찬을 실고 내려오셔서 냉장고정리까지 하고 가셨다. 그 다음부턴 택배로 반찬을 보내주시고 계신다. 그냥 자신의 식구들 먹을 반찬 하는 김에 조금 더 해서 보내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반찬가지수도 많고 맛깔스럽고 정성스럽게 담아서 보내주셨다. 보내주실 때마다 임회장님께 문자를 보내 정리를 부탁드린다. 그 문자를 보내 일거리를 드리는 거같아 죄송스러워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사람이 참으로 곱고 이쁘구나 싶다.
반찬연대하는 이 분 덕분에 소성리엄니들의 일거리가 줄었다. 평화지킴이들에게 질좋은 식사가 제공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마음이, 그 정성이 감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사하는 마음만 가득안고, 내가 그렇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진 않는다. 생긴데로 사는거니까.
그래도 아직은 우리주변에 아름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