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병실은 하늘색과 흰색이 뒤섞인, 무채색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벽은 삭막했고, 창문은 반쯤만 열려 있었다.
창밖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 아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병동 안으로 스며들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고, 저 멀리 공원의 풍경은 마치 다른 차원의 그림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웃음은 곧 일그러졌다.
“엄마… 미안해. 내가 그날 옆에 있어야 했는데… 미안해. 늦잠만 자고, 피곤하다 핑계만 대고… 그래서 엄마 혼자 가게 만든 거잖아. 내가… 내가 다 망친 거잖아.”
두 손은 종이컵을 움켜쥔 채 파르르 떨렸다. 아이처럼 투정 부리는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이 깊게 스며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가 들어왔다. 무채색 병동 속에서 오직 그 색만이 살아 있는 듯 보였다. 환자들이 매일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의 색, 유일하게 그들을 붙잡아주는 존재였다.
간호사가 그녀 앞에 작은 종이컵과 약봉지를 놓았다.
“오후 약 드릴게요. 꼭 다 삼키셔야 해요.”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작은 알약이 혀끝에서 굴러다니다가 겨우 목으로 넘어갔다.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미소를 짓는다.
“언니… 저 잘했죠?”
아이처럼 칭찬을 바라는 그 눈빛은 옅은 하늘빛과 닮아 있었다. 텅 빈 듯 보이면서도, 동시에 애정에 매달리는 아이의 간절함이 스며 있었다.
간호사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환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했어요.”
간호사는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왔다. 긴 복도를 걷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가의 물기를 숨기지 못하게 했다.
복도 끝에 멈춰 선 간호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숨죽여 속삭였다.
“서윤아… 미안해. 제발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