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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루틴에 갇힐 때

by 하늘해


누구에게나 24시간은 같지만, 그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는지는 참 다르다. 가끔은, 바라보는 만큼 바라보지 못하는 이면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


여러 일을 혼자 하다 보면 결국 ‘나’에게 매달리게 된다. 매일 쏟아지는 할 일들 속에서 나를 챙기기도 벅차니 타인의 삶을 돌아보는 일은 어느새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멀어졌다. 일상 대화 속에서는 마치 공감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그 감정을 다 닿지 못하고 어딘가 튕겨 나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요즘 내가 타인의 삶을 접하는 방식은 그저 콘텐츠를 소비하듯, 짧고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순간들뿐이다. SNS 속 낯선 일상, 유튜브의 숏츠 영상. 너무 짧고 가볍다. 삶의 결도, 온도도 느낄 새 없이 스쳐 간다.


그 사람의 삶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만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삶은 원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런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정의해 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그 사람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본다. 누군가의 리듬을 온전히 듣고, 조금이라도 그 속에 머물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나를 위한 가장 조용한 확장이 될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나도 스며들고 싶다. 그래서 조금은 더 확장된 삶으로 나아가고 싶다. 내가 나이기만 한 건, 어쩌면 스스로를 외롭게 가두는 일일지도 모른다. 애써 벗어나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단단한 벽을 쌓아가는 중일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그 벽 너머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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