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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처음 해보는 일들

by 하늘해


애초에 모든 걸 내가 직접 하려던 건 아니었다.


DSLR 카메라를 다뤄보며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자막을 달았을 때도, 음향 엔지니어 영역이라 생각했던 믹싱과 마스터링을 처음 시도했을 때도, 그건 어디까지나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엔 새로운 공간에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 타일을 붙이고, 작업 테이블을 조립하며 나름의 인테리어까지 직접 하게 됐다. 그게 좋아서 그런 건 아니다. 혼자 하는 게 더 완벽하거나 만족스러워도 아니다. 돈을 들여서라도 맡기고 싶을 때가 있지만, 문제는 내가 할 줄 모르면 휘둘린다는 걸 여러 번 겪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간을 통해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할 줄 아는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요청하는 것과, 그 사람이 해주지 않으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건 굉장히 불안하고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결국,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처음 해보는 일을 시작할 때의 두려움은 꽤 크다. 나는 이해력이 빠르거나 뭐든 척척 다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에 결국 하게 된다. 그 과정을 어떻게든 해내고 나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평온해진다. 막막해서 눈치 보며 지내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도와준 사람들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이해가 느린 나를 기다려주고, 알려주고, 결국 내가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 최근에는 chatGPT를 통해서 처음 해보는 일들을 도전할 수 있었던 것들도 많았는데, AI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


이번 ‘해봄’ 공간을 준비하면서 처음 해본 것들이 많다.

당황스러운 순간도 많았지만, 이젠 다음에 또 혼자 하게 돼도 덜 두려울 것 같다. 어느새 몸이 기억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계속 처음 해보는 일들이 생기는 걸까? 익숙한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는 걸까? 익숙한 일을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게 집중하고 싶은데 여전히 나의 인생은 얇고 넓게만 펼쳐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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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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