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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두 다리로 버티는 중

by 하늘해


참 같은 사람이어도 상황에 따라 평가는 다르다.


같은 사람인데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일하고 적절한 캐릭터로 인정받는다면 좋겠지만, 어딜 가나 자신답게 일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내가 생각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어디서든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자신 있는 일이나 인정받는 자리에서만 당당한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진짜로 강한 멘탈을 가진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익숙한 일에서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새로운 일이나 낯선 환경에서는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작은 일에도 자책하는 편이다. 그게 자존감의 부족인지, 아니면 그냥 유연하지 못한 성격인지 그 경계는 아직도 헷갈린다. 하지만 예전보다 그 간극을 줄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음악과 직장을 비교해 보자면, 음악은 20대 초반부터 데뷔하여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나 시간이 직장생활의 두 배는 되는 듯하다. 이젠 처음 접하는 것이나 모르는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해 나갈 수 있다.


반면 직장생활을 떠올려보면, 자신감보다는 당황스러움과 일희일비 속 평가에 휘둘렸던 때가 많았다. 어디서든 적응하는 과정 속에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고, 기존 구성원들의 텃세도 분명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버텨오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결국 그 시절 함께해 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이다.


특히 좌절의 순간마다 균형을 어느 정도나마 잡을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위로해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결국 그들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선을 긋고 벽을 세울 필요가 있었을까?‘ 그 당시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방어적으로 굴었던 사람들이 지금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음악이든 직장이든, 어렵게 들릴 수 있는 말이나 나만의 노하우처럼 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급적 피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전하고자 한다.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지금도 방향을 잡아주고 알려주는 선배가 있고,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 주는 동료들이 있어 고맙다. 작은 도움이든 역할이든 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어떤 일이 닥쳐와도 두 다리로 단단하게 버텨내는 내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몇 년이 더 흐르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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