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지만, 가까워질 수 없던 사람들

by 하늘해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나이고, 모두가 서로 다른 위치, 다른 업무, 다른 상황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났던 조금은 불편했던, 네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 ‘수비형’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늘 “왜요?”로 대답하던 분이다.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행사나 상품 관련해서 종종 마주치곤 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왜 그러세요”라고 되묻는 반응은 조금 낯설고 방어적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또 다른 사람은 프로젝트의 방향을 정해놓고 막상 결과가 나오자 책임은 슬쩍 넘기던 상사였다. 광고 프로젝트를 맡아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본인의 주도로 끌고 가던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치 않았나 보다. 책임을 넘기는 모습은 꽤 무책임해 보이기도 했다. 공이든 실이든 함께 나눠야 하는 관계에서 혼자 뒤로 물러서는 태도에 아쉬움을 느꼈다.


두 번째, ‘지인형’


회사 밖에서 인연이 있었던 사람을 우연히도 직장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 분은 과거에 내가 기타를 가르쳤던 수강생이었고, 그분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업무가 겹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일이 있었다. 서로 잘 알고 있던 사이였지만 직급 차이 때문인지 오히려 더 어색했던 기억이다. 또 다른 인연은 더 놀라웠다. 광고주 미팅 자리에서 처음 뵌 PM 분이 무려 20년 전, 내가 데뷔했을 무렵 공연을 찾아와 음악을 좋아해 주셨던 팬이었다. 반가우면서도 시간이 많이 흐른 뒤라 그 서먹함은 어쩔 수 없었고, 결국 업무상의 인연으로만 남게 되었다.


세 번째, ‘양반형’


직급을 강조하고 위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다. 자신을 지칭할 때 “팀장이 말하길…” 혹은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셨다”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는 모습은 어딘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연인 사이에서 “오빠가~”라는 말을 반복하듯

직급을 대화의 중심에 두는 모습은 낯설고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아는데 모르는 척, 또는 모르는데 아는 척하며 처세와 평판에 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그들의 팀원으로 일할 때는 이 ‘행보‘에 발을 맞추는 데에도 꽤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런 분들은 퇴사 이후엔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위계가 없는 관계가 어색해서일까. 이들의 다음 행선지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네 번째, ‘2인자형’


어느 조직이든 대표가 있으면 그 곁엔 늘 절대 충성을 바치는 ‘2인자’가 존재한다. 이들의 특징은 대표의 권한을 등에 업고 자신보다 높은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끔은 지나치게 친근하게 다가오다가도 또 어떤 때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가까이 있어도 어렵고, 멀리 있어도 불편한 사람들. 신기하게도 이런 유형은 어느 회사에나 꼭 한 명씩은 있는 것 같아 늘 놀랍다.




그래서 결국,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직장 안에서 진심으로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자 드문 일이다. 그런 동료가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직장생활 속 관계는 회사를 선택하거나 다니는 데에도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 아무리 유연하려 해도 모든 사람과 잘 지내기란 쉽지 않고,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도 생긴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속상했던 일들도, 어려웠던 순간들도 조금씩 멀어져만 간다. 다행히 시간은 언제나 우리 마음보다 조금 더 빠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오늘도, 각자의 출근길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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