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쓰러졌을 때 해야 할 일
아버지가 우는 거 본 적 있으세요?
정말 귀하거든요. 저는 딱 한 번 봤어요. 극장에서요.
국제시장을 같이 본 날,
어둠 속에서 아버지 어깨가 조금씩 흔들렸어요.
조그맣게 훌쩍이는 소리도 들리고요.
그날 저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아버지 삶을 다시 보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 받은 빵을 혼자 먹지 않고 다섯 동생에게 나눠줬다는 아버지.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번 돈을 고향에 부쳤다는 아버지.
어느 날은 술에 취해 “아빠는 가시고기야” 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속으로 다짐했던 거예요.
부모님 걱정 안 시키는 아들이 되자.
실패하지 말자. 강한 사람이 되자.
그래서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힘들어도 내색 없이 '부모님이 걱정하시면 안 돼'라는 마음으로.
K-장남 병이었던 거죠.
덕분에 괜찮은 대학을 나와 괜찮은 회사에 들어갔어요.
서른까지는 나름 성공 루트를 잘 따라갔죠.
부모님이 기대하시던 루트였지만요.
그 길을 벗어난 건 주임으로 진급하기 한 달 전이었어요.
부모님 삶이 아니라 내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불현듯 퇴사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겁도 없이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셈이었죠.
육지에선 파도 소리가 낭만적으로 들렸는데,
바다에 나가보니 삶이라는 파도는 뺨을 때리고 또 때렸어요.
그래도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버텼지만
결국 파산엔딩을 맞았죠.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는데,
막상 죽으려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죽으면 이 빚은 누가 갚지?’
결국 생에 처음으로 도움을 청했어요.
어머니 께요.
걱정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도와주셨어요.
그다음엔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신기하게도, 기다렸다는 듯이 도와주더라고요.
안 하던 짓을 했더니 예상치 못한 길이 열렸어요.
정말 기적처럼 살아났어요. 사업도 마음도.
쓰러져서 피를 철철 흘리다 벌떡 일어난 거예요.
그때 알았어요.
강한 사람은 쓰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라는 걸요.
나를 막고 있던 세상의 벽이라는 게
사실은 내가 만든 벽이라는 것도요.
오랜만에 그때 썼던 노트를 펼쳐봤어요.
원하는 목표를 100번씩 100일 동안 썼던 그 노트.
스스로를 일으키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흔적들.
이제 몇 년이 지나 바래가는 종이는
아직 말하고 있어요.
"그때처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넌 강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