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고요 속으로

by 행부

편안함과 쾌락은 끊임없이 우리를 습격해요.

더 편하게, 더 빠르게, 더 자극적으로.

200g 남짓의 작은 화면은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 매고,

세상이 이렇게 돌아간다고 속삭이며 세뇌시키죠.


몸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은 그 작은 화면 속에서 휩쓸려 다녀요.

끝없는 초조함과 흔들림 속에서요.


더 출세해야 할 것 같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할 것 같고,

자식 교육을 더 잘 시켜야 할 것 같아요.

모두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죠.


뒤처지면 끝장난다는 두려움이

은연중에 우리를 흔들어요.

눈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하루 대부분이 그렇게 흔들리며 흘러가요.


스스로를 지키려면 이 작은 상자에서 벗어나

침묵의 시간으로 들어가야 해요.

명상, 산책, 글쓰기, 달리기 같은 시간으로.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잡다한 세상 소식과 단절된,

오직 나와 함께하는 고독의 시간.

그 침묵 속에서야 비로소 진짜 내가 드러나거든요.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다시 채워져요.

세상에 휩쓸리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춤추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죠.


세상의 소음에 묻혀 있던 나를,

삼국시대 유물 발굴하듯

붓으로 톨톨 털며 발견해 내는 순간.

그때 깨달아요.

내 안에 이렇게 선명한 내가 있었구나.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땐 쉽지 않았어요.

앉아 있으니 여기저기 간지럽고 좀이 쑤셔서요.

그 불편함은 곧 불안함으로 이어졌죠.

과거의 후회, 미래의 걱정이 몰려왔고,

마치 태풍 속에서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쓰레기처럼

생각들이 떠다녔어요.

얼른 끔찍한 광경에서 벗어나

작은 화면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씩 견디다 보니 어느새 달라졌어요.

산책길에 떨어진 나뭇잎에 눈길이 가고,

달리다가 마주한 붉은 노을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늘 보던 것은 새롭게 보였어요.


그건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는 감각이었어요.

내 삶에 고요한 여백이 생긴 거예요.


그 여백 속에서야 나는 나를 만났어요.

세상 소리에 덮여 있던 나,

흔들림 속에서 잃어버린 나.

그런 나를 다시 불러내는 시간이었던 거예요.


조용한 방 안에서 펜을 들어 글을 쓰고,

선선한 아침을 뛰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명상 중에 눈물과 함께 오래된 감정을 흘려보내며,

나는 조금씩 선명해졌어요.


그렇게 발견한 나로,

고요 속에서 길어 올린 나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요.

이제는 휩쓸리는 존재가 아니라,

중심을 가진 존재로서요.


침묵 속에서 발견한 나로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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