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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리 유경미 Oct 26. 2024

십 분 안에

이효리도 저리가라 하는 그녀

  손놀림이 거침없다. 10분이면 끝난다. 텐 미니츠, 10분 내로 유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 모터 소리가 들린다. 작지만 길게 “윙” 하고 울린다. 그녀는 앉아있는 사람과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앉아있는 이 역시 어떤 요구를 하지도 않는다. 잠깐의 인사말이 오간 후 순식간에 슥슥 잘려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문으로 사람들은 쉼 없이 들어오고,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사람 주위를 맴돈다. 그녀는 미용사다.

  “건달이에요.”

두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단골은 그녀를 건달이라는 말로 복수한다. 그녀는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 스무 해가 넘는 동안 손님들을 배려하지 않은 듯이 제 맘대로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에는 교회를 가야 하거나 시골을 내려간다는 말로 손님을 받지 않는다. 몇 해 전 방송대를 다닐 때면 엠티를 가야 한다고 평일을 빼기도 했다.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고, 혹은 체육대회를 한다고 토요일을 운영하지 않았다. 그래도 단골은 있고, 수다 떨 시간은 부족하다.

  타이머의 짹짹거리는 소리가 일을 얼른 하라는 듯 재촉한다. 염색을 해야 한다, 하지 마라 언쟁도 없이 손님의 머리에는 염색약이 묻어 있다. 단골이 많은 미용실에는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손님은 그녀를 따라 머리를 감으러 세면대로 향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드문드문 흰 머리는 고른 검은 머리로 스무 살은 젊어 보인다. 그녀의 덕을 아는지 손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묻어난다. 그래봐야 3만 원이 넘지 않는다.

  이래서야 돈벌이가 될까 싶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이제 겨우 천 원을 올렸다. 천 원을 올려 겨우 육천 원이다. 현금을 받는 위주라서 오천 원에서 육천 원으로 올리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카드 단말기를 만들어 놓자니 수수료도 내야하니, 차라리 돈을 올리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었다. 요즘 만 원 넘는 일이 부지기수다. 더 올려도 된다고 말해도, 그녀는 손을 내두른다. 여기 오는 단골들이 찾아오는 가장 주요인이 돈인데, 그걸 어찌 올리느냐고 한다. 

  주 손님은 대부분 나이 든 남자다. 남자 전용임을 공고히 하고 ‘미스터’를 붙인 미용실이나, 나도 가끔 그녀의 도움을 받아 머리를 자르고 있기는 하다. 머리 커트비 대신 점심을 한 번 내거나 하지만, 정으로 그냥 깎아주기도 한다. 어느 날엔가는 수다를 떨러, 또 어느 날에는 속상한 마음을 위로받으러 그녀에게 가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들어주며 더 친한 언니로 시간을 보낸다.

  점심 무렵 가서 오전 동안 떨어져 있는 머리를 내가 쓸기도 한다. 쓰레받기에는 대부분 짧은 머리카락들이 수북하다. 머리 색도 여러 가지다. 검은색, 갈색이 있지만 유난히 눈에 띄는 색은 흰색을 가미한 회색 머리다. 동네 주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가격이 착한 미용실이라는 이미지를 쓰레받기 안에서 확인한다. 어느 날 앉아 있노라면 고등어 한 봉지 놓고 가는 어르신을 본 일 있다. 커피 한잔 드시라 하고 쉬었다 가시기도 했는데, 얼마 전 그 분은 돌아 가셨단다. 

  만나는 손님마다 인사한다.

 “지금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있다 가요.”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일하다가 이제 그녀는 터를 옮긴다. 다른 미용실이 들어오면 인사도 못 하고 가는데, 자리를 그냥 빼는 상황이라 맘 편하게 인사할 수 있다고 더 좋아한다. 미용실 앞의 화분도 아시는 분들이 원하는 건 주고 가신단다. 이웃들이 즐겁게 살았던 공간을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또 다른 자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20년이 넘도록 단골인 분을 만난 적 있다. 서운해하며 “한 번 더 와야 하는데 못 오면 어쩌나.”하고 서운해한다. 쉽고 간단하게 머리를 깎을 수 있었는데, 새로운 미용실을 어떻게 또 찾느냐 하소연 하기도 한다. 그녀는 손님들이 잘 이해해줘서 미용실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덕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고 고마워한다.

  돋보기안경을 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십 분의 마법사다. 빠른 손은 그녀를 닮았다. 먹고 살기 위해 미용업계에 뛰어들었다. 홀로 두 딸을 키워내기 위해 커트 보를 손님의 목에 두르기 시작했다. 미용실 운영이 되지 않아 설거지 알바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 때까지 미용실은 이미 그녀와 한 몸이었다.

  싸인 볼은 이미 돌아간다. 끝난 줄 알았던 그녀의 솜씨는 다시 시작된다. 장소는 변해도 그녀의 커트는 십 분 안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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