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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리hangree Jun 27. 2023

짜장밥이야, 카레밥이야

  고기를 꺼내어 깊은 팬에 볶는다. 지글지글, 소금이랑 후추도 조금 넣고 바싹 구워준다. 식용유를 조금 더 두른 후에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둔 감자를 넣는다. 감자가 그중 잘 익지 않으니 먼저다. 어느 정도 볶아졌다 싶을 때 당근, 양파, 버섯, 호박 등을 넣는다. 물론 크기는 깍두기 모양이다.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잘라놓아야 보기가 이쁘다. 마지막에는 부추나 파프리카, 고추 등을 넣는데 금방 푹 익는 채소들은 가루를 넣고 넣어도 좋다.

  볶는 이야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고 물을 붓는다. 물은 채소들이 거의 잠길 정도. 너무 세지 않은 중불에 끓이면서 시간이 좀 흐르기를 기다린다. 모두 다 익었다 싶을 때 아이들에게 묻는다.

  “짜장밥이야, 카레밥이야?”

아이들의 선택은 대부분 카레밥이다. 짜장보다 카레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다. 짜장보다 카레가 더 낯설기 때문이 아닐까. 짜장은 면으로도 가끔 먹지만 카레는 대부분 카레밥으로 먹으니까. 짜장밥과 카레밥 중 하나를 선택하면 찬장 선반에 올려두었던 가루를 선택해 꺼내 그릇에 담는다.

  우리 식구가 5인 가족이니 다섯 숟가락 가득 넣자. 채소에 넣은 물을 생각하면서 넣어야 한다. 요즘 카레나 짜장 가루는 전분 성분이 어느 정도 들어 있어서 그냥 채소에 쏟아부어도 된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막상 넣어보면 가루가 덩어리져서 뭉치고, 잘 풀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중에 다 익은 후 먹으려고 건지다 보면 가루 덩어리가 고기인 양 무게 잡고 있다가 한 덩어리 왕창 씹으면 가루가 터진다. 그래서 다로 그릇에 가루를 넣고 가루 양만큼 물을 넣어 풀어서 깊은 팬에 넣어야 좋다.

  가루를 풀어 넣고 적당히 풀어져서 걸쭉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요리 완성이다. 나는 짜장밥이 좋은데, 남편은 이런 짜장이나 카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아이들은 카레를 더 좋아하니 나의 선택은 대부분 카레밥이다.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요리할 때 주의할 첫 번째는 고기를 먼저 볶자. 예전에는 채소를 먼저 볶다가 그 이후에 고기를 넣어서 함께 끓이는 일이 많았다. 우리가 잘 아는 백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고기를 먼저 익혀서 육즙을 가둬야 나중에 고기를 먹었을 때 훨씬 맛이 좋다고 하셨다. 나 역시 막상 고기를 먼저 볶아보니, 왜 더 일찍 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고기가 맛있었다. 

  두 번째 주의할 점이라면 짜장밥과 카레밥은 채소를 먹이기에 그만이다. 채소는 집에 남아있는 채소를 처치하는 데도 좋다. 양배추가 많다면 비슷한 크기로 썰어서 넣어주면 최고다. 매콤하게 고추를 넣어도 좋고, 시금치나, 우엉, 연근 등 넣을 수 있는 것은 다 넣어보기를 추천한다. 짜장과 카레가 워낙 강한 향을 가진 가루 재료이기 때문에 아주 강하지 않은 채소들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는 대부분 짜장밥이었다. 카레는 엄마가 해본 적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채소들이 볶아질 때면 늘 짜장밥을 먹었다. 매일 먹는 느낌은 아니어서 별식으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시골 한복판에 사는 엄마에게 짜장 가루를 살 일은 거의 없었을 거다. 게다가 엄마는 가끔 짜장 가루가 아닌 춘장을 사서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따라 결혼 후 남편에게 해줬다가 같은 맛이 나지 않아서 혼쭐났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나는 어떤 엄마로 기억이 될까. 전업주부로 이십 년을 살면서 내가 해 준 음식 가운데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 궁금하다. 가끔 매번 완전식품을 사 오는 나를 보면서 아이들의 기억에 요리해주는 엄마가 아닌 요리를 사 오는 엄마로 남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자든 후자든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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