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와라 뚝딱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도깨비에게

by 한그리 유경미

오늘도 글을 쓴다. 책을 읽다가 글 한 자락 썼다가 백스페이스를 눌러 재빨리 지운다.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싶을 때, 컴퓨터에 쓴 글은 종이에 쓸 때보다 빠른 손놀림에 바로 삭제된다. 이게 더 좋았을지도 모를 문장이 곧장 순삭(순간 삭제)되었다. 금덩이 같은 글이 뚝딱 만들어지기를 소망하며 또 한 줄 끄적인다.

모두가 처음부터 금덩이를 품에 얻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금수저로 태어난 그들이 잘 살아가는 걸 보며 사회적인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는 왜 이 모양인가 한탄 섞인 한숨을 마음 편히 내쉬지도 못한 채 가슴에 담아둔다. 옆에서 내가 산 주식만 파란색이라는 남편의 한숨에도 “또 오르겠지.”라는 말로 작은 위로를 건넨다. 일도 그만둔 채 2주일을 보내고, 나는 얼마나 필요가 없는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고 있었다.

나는 운명론자다. 우연과 우연이 만나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내게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 고집한다. 인생이 원하는 대로만 되었다면 과연 재미있었을까. 내게도 편안한 일상만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있는가. 글을 쓰는 작가로서 즐겁고 편안하기만 하면 소재 고갈은 한순간에 직면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내게도 이렇게 금이 아닌 은도 주고, 동도 주는 게 아닐까.(은이라도 동이라도 받아보고 싶다.)

요즘 꿈을 자주 꾼다. 사회가 어지럽고 나도 어지럽다. 그래서 꿈속으로 도피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어린 시절에 꿈꾸기를 좋아하던 나는 낮잠을 자고 저녁잠을 자면서 연이어서 꿈속으로 모험을 떠났다. 세상으로 나가기 전 꿈속에서 예행연습을 하는 느낌이었다. 어느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꿈이 더 현실 같아, 꿈의 세상에서 현실처럼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공상을 하기도 했다. 애초에 그게 현실이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꿈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나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김만중의 고전 소설 <구운몽>에서의 꿈은 다 헛된 것이고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인생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자체가 아닌가. ‘연예인이 몇십억의 건물을 샀는데 얼마가 늘어 이득을 봤다’더라는 뉴스를 보며 ‘우리도 통 크게 투자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것일까. 금덩이는커녕 돈이 없어 하루, 한 달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런 뉴스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도깨비에게 빌고 싶다. 인증번호 제대로 새겨진 유통 가능한 금궤가 갖고 싶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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