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노는 아이들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한다. 순서를 정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나무 아래 바위 귀퉁이 구석 곳곳에 쪼그리고 앉는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감나무 굵은 가지 하나를 구해 땅에 글자를 진하게 적는다. 꾹꾹 눌러 어떤 글자든 적은 다음 살살 긁어낸 흙으로 얹어 덮는다. 정한 순서에 맞게 돌아가며 다른 아이가 새긴 글자를 맞춘다.
글자를 찾을 때 흙은 부드럽다. 한 움큼씩 나온 흙을 밀어내며 글자의 모양을 더듬으면 알 듯, 말 듯하다. 단단한 땅 사이에 글씨를 손으로 느낀다. 정성을 들여 만든 글자가 손의 느낌과 완벽히 일치할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손톱에 흙이 잔뜩 끼어도 개의치 않는다. 요즘처럼 비싼 장난감이 없어도 땅에서의 놀이는 친구들과 함께 놀 때 가장 즐겁다. 감나무 그늘에 무더위는 어느덧 사라지고 노을만 남는다. 엄마들의 ‘밥 먹어라.’ 소리에 인사하며 헤어지는 뒷모습이 아쉽다.
넓은 마당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엄지와 검지로 튕길 만한 납작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돌을 구한다. 바둑알보다는 크지만 평평해야 한다. 놀이를 시작하기에 앞서 큰 원안 구석에서부터 한 뼘을 재고, 그만큼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내 집이 된다. 돌멩이를 내 집에서 출발시켜 세 번 안에 들어온다. 돌멩이가 지나간 자리는 내 땅이 되고, 땅이 넓어진다. 그 후 귀퉁이의 조그만 땅을 한 뼘으로 잰다. 돌멩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영토 확장은 불가능하다. 마당의 큰 원이 모두 주인을 만날 때까지 놀이는 계속된다.
땅의 주인이 결정되면 이제부터는 전쟁이다. 돌멩이는 남의 땅을 지나 내 영토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순간 그곳은 모두 나의 영토. 빼앗겨도 할 수 없고, 다시 따내면 오히려 좋다. 온몸으로 흙바닥을 쓸고 다녀도 뭐라 하지 않는다. 햇빛 조각 하나 없는 마당에서 삐질삐질 흘리는 땀에 여름을 느끼지만, 그조차도 행복이다. 흙을 만지고 노는 아이들에게는 땅의 색으로 얼굴 가득 건강하다.
아스팔트와 탄성 합성고무, 시멘트 바닥에서 노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모래가 있는 놀이터도 얼마 없다. 흙의 기운으로 아이들의 모습이 더 밝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