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치료기 251030

by 서한겸

아침 체중 57.1


정신과에서 '최근 상태'를 묻는 검사를 하곤 한다.

늘 곤란하다. 나의 '최근'이나 '평소'나 모두,

35년 전부터 우울하고 저하돼 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망가져서 이제는

병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고 내 인생 전체를 부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어제 남편이 출장 가서 밤에 거실에 불을 켜두고 잤다.

방문은? 열어두고 잘까 잠글까?

도둑이 들면 잠가둔 편이 도움이 될까?

내가 기절하거나 의식을 잃는다면 열어두는 편이 낫겠지?

마치 나에게는 저 두 선택지만 있는 것처럼(도둑 습격 또는 혼자 자던 중 의식 잃기) 고민했다.

어차피 면봉 하나면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도둑도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냥 그게 그거네, 하고 열어두고 잤다.

물론 조금 불안하게 잠들었지만, 남편이 있을 때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라서 결국 평소랑 비슷했다.


내 일상과 매일과 거의 모든 선택이 이런식이다.

정상이 아닌 건 알지만, 이렇지 않게 살아본 적이 없다.

난 뭘 기준으로 살아야 되지?

근본적인 두려움은, '병을 치료하면 나는 누가 되는가? 내가 아니게 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정신이 뇌와 관련 있다면(그러니까 정신과 약물 치료가 가능한 거지) 정신도 몸인데,

평생 몸의 병을 앓은 사람도 나처럼 두려워할까? 몸이 나으면 자신을 잃어버릴 것처럼?

아니면 병은 그저 나아서 사라져버리기만을 원할까?

결국 너무 몸이 오래 아프면 정신도 아프게 되겠지만?


거의 평생, 10대 이전부터 정신병 상태에서 살았고 정신병 위에 모든 걸, 내가 이룬 게 하나라도 있기라도 하다면, 이뤄왔기에, 나의 정신병은 나 자신의 좋은 부분, 겨우 얻어낸 부분과 깊이 교착되어있다.


너무 오래된 병은.. 낫지 못하는 걸까? 전혀 안 우울하고, 남들만큼만 불안해하는 건전한 상태를 나는 꿈꾸지 말고 포기해야 할까?

건강한 조직과 너무 깊이 붙어있는 암덩어리나 종양은 제거할 수 없지 않나? 의학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어떤 마비나 기능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건강한 조직과 함께 끝내 제거해야 할까? 선택의 문제일까?


아직 40살인데... 설사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해도 나는 병에서 나아지고 싶다.

건강하고 밝고 맑은 마음으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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