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일기-잘 펼쳐진 슬픔

by 서한겸

총기가 없고 마약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중독성향이 강하고 충동적인 나는 이 둘로부터 나를 지키지 못했을 것 같다.


위안부로 잡혀간, 할머니의 친구분들과 그리고 어려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자녀분들을 생각했다. 괜히 죄책감을 찾아서 받는가 싶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그분들이 신경 쓰였다. 깔깔거리며 또는 예민함을 내뿜으며 지나가는 10대 여학생들을 보면 '아 저런 아이가 잡혀갔구나' 싶고,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들을 보면 '저런 아이들도 병과 사고로 죽곤 하는 것이다...' 생각이 든다.

괜한 슬픔이래도 어쩔 수 없다. 억누르거나 돌리거나 꼬지 말고 그대로 느껴 흘러나가게 해야겠다. 온전히 느껴 내야겠다 싶다.


철학과 지도교수님께 '명상을 해라!' 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2008년이었다. 시도는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많고도 빠르고 혼란스러웠다. 결국 2026년에야 명상을 10분씩이라도 하게 됐다. 그동안 많은 치유와 성장이 진행됐다고 느낀다. 명상을 하면서 확실히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쁜 감각과 감정들의 지속시간이 짧아졌다. 확실한 휴식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철학 공부를 하다가 쉴 때는 10분씩 명상을 했다. 나에게 얼마나 아집과 교만이 많은지 새록새록 느껴졌다. 그래, 내가 뭐라고 아집과 교만이 없겠어. 다스리려고 노력할 뿐이다.


얼마 전 생일이었다. 친구들에게 커피 상품권, 돼지고기, 천혜향 등을 받았다. 참 고맙다. 나처럼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을 친구로 삼아 주다니 감사하다. 다른 큰 보은은 못하더라도 꼭 기억했다가 그들의 생일에 선물이라도 보내야지 생각하며 다이어리에 그들의 생일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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