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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Apr 30. 2023

불안장애 치료기 230430

어제 낮동안 계속 졸리더니 밤에는 안 졸려서 새벽 1시까지 빈둥거리다 잤다. 이거 참 나쁘다.


오늘 친구집에 놀러 갔다. 남편과 아내가 다 내 친구인 부부네 집. 몇 년 만에 만나는 것이다. 남편도 얼굴은 아는 사이라서 같이 갔다. 


어제 그제처럼 졸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맘대로 아침 약에서 자나팜 0.5알을 빼고 먹었다. 이래도 되나... (결과적으로 어제보다는 덜 졸렸다. 졸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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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작가라서 작업실도 있고 텃밭도 하면서 꿈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텃밭과 정원, 나무가 있는 주택. 언니는 나한테 집과 밭 등을 소개해 주면서도 쉴 새 없이 잡초를 뽑고 있었다. 그런 거... 아무리 좋아 보여도 나는 할 자신이 없지.


그래도 너무너무 좋아서 맨날 놀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양가 조부모님들은 돌아가시거나 연로하셔서 이미 농사를 다 그만 두신 다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논이나 밭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 남편은 나에게 벌레를 싫어해서 안 될 거라고 했지만 논밭에 가까이 자랐다면 지금보다 벌레를 덜 싫어하지 않았을까?


친구가 뭘 먹겠냐고 했고 나는 요즘 어지러움증이 너무 심하다고 빈혈 같다고... 생간 파는 곳이 있느냐 물었다. 언니도 빈혈이 심하다면서, 빈혈에 굴도 좋다고 굴밥을 먹으러 갔다. 바닷가였고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너무 좋았다. 바다를 본 지 4년쯤 됐나? 했는데 1년도 안 됐었다. 기억이 참 가물가물. 

까맣게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여튼 바다를 보니 좋았다. 굴밥집에서 바다가 잘 보였다. 맛있어서 과식했다. 먹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숨이 잘 안 쉬어졌지만 그냥 넘겼다. 친구들은 내가 전보다 들뜨고 좋아 보인다고 했다. 초조하고 불안한 들뜸이긴 하지만 정말 좋긴 했다. 


서해라서 물때에 따라 길이 생겼다 물에 잠겼다 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간월암이라는 암자로 가는 길이 마침 열려 있다고 해서 가봤다. 신기하고 멋있고 바다란 엄청나구나 싶었다. 간월암에서 절을 하며 '이번만은 제발 불안장애를 치료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치유해 주세요' 빌었다. 


그 뒤로 친구네 어머님 댁과 거기 사는 강아지들과 표고버섯 키우는 나무와 여러 풀과 꽃과 또 밭과 농기구를 구경했다.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어머님은 쑥을 캐시느라 바쁘셨다. 


지금은 농작물들이 대체로 새싹 수준이라고, 여름 즈음 와서 실컷 좀 따가라고 했다. 진짜 또 오고 싶다. 너무 좋다. 또 오라고 해 주어서 기쁘고 고마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다. 오는 길에 졸아서 운전중인 남편에게 미안했지만 정말 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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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라면을 1개 먹었는데 과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체한 것 같았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서 들뜬 상태로 밥을 먹어서 체한 것 같다. 자주 이런다. 두드러기도 났다. 요즘 코도 막히고 해서 더 어지럽다. 약간 운동을 하다가 어지러워서 드러누웠는데 누운 상태로도 어지러웠다.


내일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서 증상을 말하고 수액을 맞을 생각이다. 몸상태가 안 좋네. 

어지러움의 원인이 무엇일까? 빈혈? 정신적 문제? 코막힘? 


이렇게 하루 일과를 쓰면 마음에 남는 것이 적어지며 마음이 가벼워진다. 전에 정신과 의사한테 추천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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