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고 Oct 16. 2019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고 싶다

매달리기 0초에서 20초가 되기까지, 흔한 직장인의 근력 운동 이야기

주변에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생후 몇 개월이 되었는데, 어떤 발달이 안 되어 걱정하거나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아기가 몸을 뒤집어야 할 때, 물건을 짚고 일어야 할 때, 누가 잡아주지 않아도 걸어야 할 때가 있고, 부모는 아기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독려한다. 소근육 발달에 좋다는 놀이 교구도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발레나 수영 교실도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공교육 체육 시간에 행동 발달, 근육과 몸의 움직임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기억이 없다. 아마 커리큘럼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남자애들은 공을 차며 놀았고 여자애들은 피구를 했다. 누구를 위해 하는지 모르는 가을 운동회를 위해 여름철 뙤약볕 아래에서 꼭두각시춤과 부채춤을 연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발달 상황에 맞는 운동, 중고등학생의 성장과 몸에 맞는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운 기억이 전혀 없다.


단발적으로 중간, 기말 고사의 평가 과제로 농구 자유투 몇 개, 배구 리시브 몇 개, 윗몸 일으키기 몇 개 등을 측정하고 말았을 뿐이다. 매달리기와 턱걸이를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측정하고, 오래달리기의 페이스 조절 전략을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달리라고 한다. 줄넘기 과외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매달리기 시작~하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던 기억


나를 포함 많은 수포자를 양산하긴 하지만, 공교육의 산수, 수학 커리큘럼은 체계적으로 짜여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수의 크고 작음,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누기에서 함수, 미적분과 확률 통계까지 수학의 역사와 함께가는 아름다운 흐름을 갖고 있다. 최초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다음 계단을 아주 쉽지는 않더라도 올라갈 수 있고,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오르면 고도로 복합적인 개념까지 다다르게 된다.


12년간의 공교육 체육 시간을 통해 도달한 결과는 무엇일까? 

자전거와 수영을 10대에 배우지 못해 나중에 배우느라 고생하는 사람들, 어떤 운동이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알 수 없어서 지불하게 되는 수많은 기회비용,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손 놓고 노화 앞에 무너지는 경험이 이어진다.


어깨와 등이 너무 아파서 정형외과에 가도 물리 치료나 잠깐 받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도 시원함은 그때뿐이었다. 정형외과에서는 등근육을 키우라는데, 등근육은 어떻게 키우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깨와 등이 아프니 아침마다 회사에 가는 게 괴로웠고, 고통스러워서 잠을 잘 못자니 우울해졌다.


보다 못한 전 회사 대표님이 자비로 필라테스 1:1 수업을 등록해주셨다. 등이 아파서 갔는데, 코치는 살을 빼라고 말했다. 살을 빼면 등이 안 아파지냐 물었더니, 몸이 훨씬 가벼워질 거라고 답했다. 등이 아프지 않게, 혹은 몸의 움직임을 개선하기 위한 목표에 해당하는 커리큘럼이 뭔지 알 수 없었다. 20회의 PT는 소득 없이 끝났다. 역시 운동은 나에게 맞지 않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또 그냥 누워있는 삶으로 돌아갔다.


파워존 합정에 가게 된 건 주위 분들의 변화를 봤기 때문이다. 1:1 수업 첫날, 관장님은 함께 하게 될 운동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바디빌딩 선수도 아니고 직장인이기 때문에
근육이 아니라 근력을 키울 겁니다.

근육을 키우는 건 4차선 도로를 8차선으로 늘려서 차가 많이 다니게 하는 거고,
근력을 키우는 건 2차선 도로를 잘 닦고 정비해서
차들이 빠르게 잘 지나갈 수 있게 하는 거죠.

이렇게 많은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되면, 나머지 시간에는 누워서 놀면 됩니다.


처음으로 운동의 목적에 대해 격공한 순간이었다. 관장님은 1:1 수업 동안 어떤 질문을 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시연했고, 그래도 이해를 못하면 더 쉬운 방법이나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다. 세심한 눈으로 내 동작을 체크하면서, 절대 다치지 않도록 기준과 수칙을 교육했다. 무리하게 극한으로 몰고가지 않으면서, 가장 효과적인 양과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운동한 다음 날은 근육통으로 고통스럽지만, 하루만 잘 쉬어주면 그 다음 날 운동하러 갈때쯤 괜찮아진다. 타고난 공부 덕후인 관장님이 세계 곳곳에서 세미나를 들으며 배워온 커리큘럼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물어보면 항상 답을 듣는다.


파워존 합정 관장님의 멋진 스내치를 보라


그래서 4kg 케틀벨도 간신히 들다가 어느덧 6, 8, 10, 12kg으로 늘어나는 무게를 보고 기뻐하게 되었고, 매달리기 0초였던 사람이 20초나 매달리게 되었다.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워 향상하는 경험을 처음하고 있다.


더불어 같이 배우는 분들의 태도 또한 늘 배우고 싶은 점이 많다. 다들 유쾌하지만 섬세하다. 괴이한 견제나 오지랖도 없다. 서로의 동작을 보고 배우고, 잘하면 박수를 쳐주고 같이 기뻐한다.


운동을 배운지 1년이 훌쩍 넘었고, 어느새 등과 어깨의 결림이 사라졌다. 삶의 질이 수직 상승했다.


#오세요파워존

작가의 이전글 뮤지컬 해밀턴 – 마법천자문처럼 어느새 기억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