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by 이시영

8.

밤에 – 밤이 다가오면 곧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우리의 느낌도 변하게 된다. 예를 들면 바람소리가 그러하다. 그것은 마치 금지된 길을 가는 것처럼 배회하고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내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지만 찾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불쾌한 것처럼 느껴진다. 등불의 불빛도 그러하다. 흐리고 불그스름한 불빛은 피곤한 듯 빛을 비추면서 마지못해 밤에 저항하고 있는 듯하며 깨어 있는 인간의 초조한 노예처럼 보인다. 또 잠자고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그러하다. 그 소리는 그 기분 나쁜 박자에 맞추어 항상 되돌아 오는 근심이 선율을 연주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 책세상, 2019. p.221)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밤이라는 낯선 시간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밤은 우리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의 예민함은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밤의 바람소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 즉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고독한 존재의 불안을 상징한다. 밤의 등불은 밤이라는 어둠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고독한 노력을 상징한다. 등불은 인간의 불안과 초조함을 비추는 동시에, 밤이라는 어둠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밤의 숨소리는 밤이라는 시간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근원적인 불안과 고독을 상징한다. 잠은 인간에게 휴식을 제공하지만, 밤은 인간을 불안과 고독의 심연으로 이끈다. 잠자는 사람의 숨소리는 마치 밤의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불안의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증폭시키고 변형시키는 공간이다. 우리는 밤의 어둠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자신의 불안과 고독을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니체는 이러한 불안과 고독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밤이라는 시간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묘사할 뿐이다. 니체는 언제나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생각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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