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491. 자기관찰 -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또는 자기 스스로의 탐색과 포위공격에서 자기 자신은 아주 잘 지킨다. 또한 그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바깥에 있는 보루 외에 자신에 관해서 알 수있는 능력이 없다. 그에게 본래의 요새는, 예를 들어 친구들과 적들이 배신자가 되어 그 자신을 감추어진 길로 이끌어가지 않는 한 다가갈 수도 볼 수도 없는 곳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3)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문득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나의 깊은 내면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니체는 인간이 일반적으로 자신의 바깥에 있는 보루 외에 자신에 관해서 알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나는 나의 약점이나 실수를 인정하기 어려워했던 적이 있다. 어떤 일을 실패했을 때, '나는 원래 이런 부분에 약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내 잘못이 아니라 상황 때문이야'라고 책임을 전가하곤 했다. 나의 내면을 깊이 탐색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직면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내가 잘하는 부분만을 부각시키고, 긍정적인 평가만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이러한 행동은 나를 잠시 편안하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할 기회를 빼앗아갔다. 나의 '보루'는 나를 보호하는 동시에,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니체는 우리에게 '본래의 요새'가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본래의 요새는, 예를 들어 친구들과 적들이 배신자가 되어 그 자신을 감추어진 길로 이끌어가지 않는 한 다가갈 수도 볼 수도 없는 곳이다. 나는 이 '본래의 요새'가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 즉 우리가 스스로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진정한 자아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요새로 가는 길은 때로는 '친구들과 적들이 배신자가 되어' 열린다고 말한다.
나는 살면서 가장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에게서 예상치 못한 비판을 듣고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는 그 비판이 너무나 아프고 부당하게 느껴져 그 친구를 '배신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 비판이 나의 숨겨진 약점이나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친구의 '배신'은 나를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감추어진 길'로 이끌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본래의 요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나의 약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적들의 날카로운 비판이나 공격 또한 나의 '본래의 요새'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들의 비난은 나를 아프게 하지만, 때로는 내가 보지 못했던 나의 그림자나 부족한 면모를 선명하게 비춰주기도 한다. 물론, 그들의 의도는 나를 해치려는 것이었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공격은 나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