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과 보편적 호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09. 누구나 한 가지 일에서는 탁월하다.-문명화된 상황에서는 누구나 적어도 다른 모든 사람보다 한 가지 일에서는 탁월하다고 느끼고 있다 : 보편적인 호의는 여기에서 나온다. 누구나 사정에 따라서는 도움을 줄 수 있고 따라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움을 받아도 되는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397)


현대 사회는 우리를 끊임없는 경쟁 속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타인과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러한 비교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종종 타인의 재능에 질투를 느끼거나, 스스로의 부족함에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마치 세상이 모든 것을 잘하는 소수의 승자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패자로 나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니체는 이러한 경쟁 중심의 사고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탁월함’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탁월함이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전문가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잘 웃기는 능력일 수도, 복잡한 서류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재능일 수도, 혹은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따뜻한 마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개인이 ‘적어도 이 한 가지만큼은 내가 남보다 낫다’고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자기만의 탁월함에 대한 인식은 우리 내면에 단단한 자존감의 뿌리를 내리게 한다. 내가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도 분명 가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타인과의 비교라는 감옥에서 해방시킨다. 나의 가치가 오롯이 나에게 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재능을 더 이상 위협으로 느끼지 않고, 온전한 감탄과 존중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니체가 말한 ‘보편적인 호의’가 싹트는 지점이다. 너의 탁월함이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으며, 나의 탁월함 또한 너의 존재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사회 전체의 온기를 더해준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인식은 ‘도움’의 의미를 완전히 바꾼다. 내가 가진 탁월함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은 시혜나 과시가 아닌, 나의 가치를 실현하는 자연스러운 행위가 된다. 반대로, 내가 부족한 부분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 역시 더 이상 부끄러움이나 굴욕이 아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역할이 있듯, 그에게는 그의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는 건강한 상호 의존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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