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523.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 사랑받고 싶어하는 요구는 자만 중에서도 가장 큰자만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1)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이것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니체는 이 순수한 바람 속에 ‘가장 큰 자만’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요구 자체가, 실은 나라는 존재가 그만큼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오만한 믿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나는 결혼 생활에서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의 시간과 감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이것이 가족을 위한 사랑의 증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은연중에 기대했다. ‘내가 이만큼 가정을 위해 노력했으니,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야만 해.’ 나의 헌신은 순수한 사랑이라기보다, 상대방의 사랑을 요구하기 위한 투자에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배우자가 나의 기대만큼 반응해주지 않자 나는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이 가정을 위해 어떻게 했는데,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
그것은 사랑을 향한 순수한 갈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나의 모든 행동의 중심에는 ‘나는 이만큼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대한 자만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독립적인 우주로 존중한 것이 아니라, 나의 헌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채무자처럼 취급했다.
사랑은 상대방의 자유로운 마음에서 피어나는 선물이다. 그것은 나의 노력이나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해야 할 의무는 없다. ‘사랑받고 싶다’는 요구는 바로 이 사실을 망각한 채, 나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가장 교묘하고 거대한 자만인 것이다.
사랑은 자격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이유 없는 선물임을 이제야 알겠다. 진정한 관계는 사랑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대신,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