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과 의견의 고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by 이시영

527. 의견을 고수함 -어떤 사람은 그 의견이 자신에게서 나왔다는 것에 대해 이느 정도 자만하기 때문에 의견을 고수하며, 또다른 사람은 그가 그 의견을 애써서 배웠고 그것을 이해한 데 대하여 긍지를 가지기 때문에 의견을 고수한다. : 따라서 양쪽 모두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책세상, 2020. p.402)


'그 의견이 자신에게서 나왔다는 것에 대해 자만하기 때문에 의견을 고수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이 대단하다고 믿으며, 그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받는 것을 자신의 자존심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의견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의견이 '나'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나는 자신 있게 아이디어를 냈다가 친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친구들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해 내 아이디어를 고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의 성공보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어야 한다'는 허영심이 더 컸던 것 같다. 나에게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관철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그가 그 의견을 애써서 배웠고 그것을 이해한 데 대하여 긍지를 가지기 때문에 의견을 고수하는 사람'. 이 유형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지식이나 이론을 습득하고, 그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 따라서 자신이 힘들게 쌓아 올린 지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대학교 때, 나는 전공 과목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았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어느 날 후배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내용을 이야기했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지식 체계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며 후배의 의견을 무시했다. 나의 지적 노력을 폄하당하는 것처럼 느꼈기에 더욱더 내 의견을 고수하게 되었던 것이다.


니체는 의견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보편적인 심리, 즉 허영심을 꿰뚫어 본다. 독창성에 대한 자부심이나 오랜 학습에 대한 긍지든, 결국 자신의 존재와 노력을 지키려는 마음이 의견을 고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진실을 찾는 순수한 목적에서 벗어나 얼마나 쉽게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지 보여준다.

자신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때에만 허영심의 덫에서 벗어나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체험과 사상